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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광주·전남 MZ세대에게 들어본 추석] “명절이 뭔가요?” 취업 걱정에 귀향 대신 도서관행

by 광주일보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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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공채시험 등 대비 ‘열공’
잡코리아 설문 31% “고향 안가”
고물가에 조카 용돈 엄두 안나고
명절 높은 시급에 단기 알바도
팍팍한 세태에 명절 가치관 바뀌어

추석연휴임에도 12일 오전 전남대 도서관은 임용고시와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광주시 북구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일명 ‘백도’) 열람실은 학업 열기로 후끈했다.

열람실 전체가 꽉 차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대학생과 졸업생들이 명절 연휴에도 도서관을 찾아 좁디좁은 취업 문을 뚫으려는 듯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 중에는 새내기 직장인도 있었다.

“11월에 예정된 (교사)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보다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한 준비”, “승진과 취직 시험 준비” 등 목적은 다양했지만, 20~30대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도서관에 나왔다고 전했다.

전남대 사범대 화학교육과 4학년생 김유라(여·23)씨는 “올해 임용시험 준비를 위해 군산 친가는 추석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광주 외가에만 추석 당일 다녀왔으며 연휴 내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다”며 “얼른 시험에 합격해 출근하고 싶다. 명절이면 남들처럼 부모님께 선물을 한아름 안겨드리고 조카들에게 용돈도 주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성현(30)씨는 광주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중이지만, 연휴에 전남대 도서관을 찾았다. 소방안전설비기사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서다. 박씨는 “자기계발, 자기만족, 승진과 업무 수행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명절 연휴지만 쉬지 않고 도서관을 찾았다”면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명절 때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고 했다.

조선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노현진(30)씨는 이날도 학교 도서관을 향했다. 내년에는 7급 공무원에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각오를 품고서다.

노씨는 “(우리 집이) 큰집이라 친척들이 모이는데 사촌 동생들이 취업해 할머니께 용돈 드리는 거 보고 집에 있기 우울해서 공부하러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는 1년이면 붙을 거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지치기도 한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큰아들이 되고 싶은데 명절이면 괜히 마음이 편치 않고 죄송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도서관 안팎에서 만난 지역 청년들은 이번 추석 명절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때맞춰 직장에 취업한 이들은 “억 소리 나는 집값 때문에 내 집 장만은 꿈도 못 꾸고 있는데, 고향 집 부모님은 자꾸 결혼 얘기를 하신다”며 하소연했다. 취업 문을 뚫지 못한 20~30대 청년 일부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취업준비를 했다. 올해는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귀향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족한 월급을 메우는 이도 있었다.

광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형영(38)씨는 “이번 추석에는 광양 고향 집에 내려가는 대신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 비용을 평소보다 1.5~2배까지 쳐주기 때문이다”며 “월급 빼고는 물가가 다 올라 부업을 안 할 수가 없다. 내년에 여자친구랑 결혼하기로 약속한 터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부모님한테는 명절에 내려가지 못해 죄송하지만 ‘결혼은 안 하느냐’는 어른들 잔소리보다는 차라리 연휴에 부업하며 돈을 버는 게 마음 편하다”고 웃었다.

목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에서 사는 오병희(28)씨는 “추석 연휴가 삼성 하반기 공채 기간이라 광주 집에서 자기소개서 쓰기 등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라버린 물가와 높은 대출이자 등을 생각하면 이번에 꼭 원하는 직장에 합격해야 할 텐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편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부모와 떨어져 사는 20~30대 전국 남녀 직장인 2141명을 대상으로 추석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1.7%가 ‘올 추석 부모님 댁 또는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고향 집 방문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 ‘넷플릭스 시청이나 게임’ 등을 하겠다고 답했다.

/글·사진 =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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