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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2년 전 광주서도 똑같이 잠겼다

by 광주일보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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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천 범람해 차량 63대 침수
방송 듣고 간 아파트 주민들
“물 가득해 차 포기” 인명피해 없어
순식간에 물 차오르고 정전 암흑
차수막 설치 등 제도 정비 필요
포항 지하주차장서 8명 사망
10여 시간 버틴 2명 극적 구조

2020년 8월 8일 집중호우로 광주시 북구 신안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북구청 직원들이 양수기를 이용해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폭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경북 포항에서는 입주자 8명이 숨진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폭우로 지하 주차장 차량 침수가 우려된다는 방송을 듣고 지하로 내려간 입주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삽시간에 불어난 물에 익사 사고를 당한 것이다.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를 계기로 광주시 북구에서 2년 전 일어난 ‘판박이 침수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아파트 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내려간 주민들이 불어난 물을 보고 발길을 돌리면서 인명 피해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는 언제든 재발 우려가 있는 만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7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폭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지역 아파트 2곳의 지하 주차장이 침수됐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나갔던 66세 여성이 사망했다.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7명이 숨졌다. 지하 주차장이 침수된다는 방송 등을 듣고 차를 옮기기 위해 나섰다 변을 당한 것이다. 밤샘 구조 과정에서 지하주차장 배관에 의지한 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입주민 2명이 구조됐고, 나머지 7명은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및 재난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의 최대 피해를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로 지목하며 제도 정비를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판박이 사고였던 2020년 8월 8일 광주시 북구 신안동 아파트 침수 사고도 재조명되고 있다.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침수 사고가 났던 북구 아파트는 147대의 차량을 댈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을 보유했다. 면적은 약 1300평(4019.88㎡)으로 이틀간 60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8월 8일 오전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워낙 비가 많이 온데다 인근 신안천이 범람하면서 삽시간에 지하주차장은 1층 단지 내 도로까지 물이 차버렸다.

당시 아파트 관리소장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도 포항 사고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 입주민들에게 안내 방송을 했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니 차를 옮기라는 내용이었다. 방송을 듣고 입주민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주차장이 이미 물로 가득 차 발길을 돌리면서 인명 피해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주차된 차량 63대가 침수 피해를 봐 소장 등 관리실 직원 상당수는 직장을 옮겨야 했다. 다만 이 사고는 인명 피해가 없었던데다 섬진강 물난리에 온통 시선에 쏠려있던 터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 정비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처럼 도심 지하침수가 발생하는 ‘내수 범람’의 경우 강이나 둑이 무너지는 외수범람보다 물이 들어차는 속도(침수 속도)가 2.5배 빠르다.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저지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경우 10분이면 물로 가득 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지하주차장 면적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초당 30㎝씩 물이 차오를 수도 있다. 이 경우 물이 차는 수압도 강해 성인 남성조차 계단을 통해 올라오기 버겁게 된다”며 “집중 호우 때는 지하 시설에 안 가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또한 전기시설이 지하주차장 내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침수되면 단전이 동반되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은 암흑이 돼 길을 찾기도 힘들어 재난에 특히 취약한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제도 정비를 주문하고 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만 지하시설에 대한 침수 대비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며 “아파트 대부분이 50층 미만 인데다 지하주차장을 갖췄다는 점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차수막(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 및 배수펌프 시설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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