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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특수학교 출신 새내기 직장인들이 전하는 추석 희망가

by 광주일보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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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빙수카페 김재환

자폐성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근 막을 내렸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의 사례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장애를 안고 있지만 취업에 성공, 회사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새내기 직장인’ 3명의 꿈과 사연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최고의 제과·제빵사 꿈 이룰 거예요”=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빙수 카페 ‘설빙’에서 1년여째 근무 중인 김재환(23)씨에게는 꿈이 있다. 지적장애(2급)를 갖고 있어 지능이 9세 전후에 머물러 있지만, 장애를 딛고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김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력 있는 ‘제과·제빵사’로 성장해 나만의 카페를 차린다는 꿈을 위해 이곳에 취업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영암 특수학교인 ‘소림학교’ 출신인 김씨는 지난해 6월 카페에 취업했다. 카페에서 내놓는 인절미 빙수, 허니버터 빙수, 계란토스트 등 커피를 제외한 모든 메뉴는 김씨가 만들고 있다. 지난 2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능숙한 솜씨로 빙수를 척척 만들어내고 있었다. 섬세한 데코레이션까지 곁들여서다.

김씨는 정규직으로 카페에 채용됐다. 비장애인처럼 주 5일 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며 200여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100만원은 적금에 넣고 남는 돈은 아버지에게 드린다고 한다. 고물을 주워 파는 부친의 벌이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식비, 교통비 정도만 쓰며 알뜰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은 형과 아버지 이렇게 세명이다. 어머니는 김씨가 어릴 때 이혼한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나뿐인 형 또한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버지와 형을 위해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김씨는 가정에서 기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대회에도 도전해봤다”고 말했다. 2016년 전남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제과제빵 분야에 출전해 2위(은상)를 차지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전국발달장애인 제과기능대회 ‘슈퍼스타 Cake’ 1위(대상), 전국장애학생 직업기능대회 제과제빵부문 1위(대상),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 케이크장식 부문 1위(금상)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2017년 9월에는 케이크 디자이너 자격증도 취득했다.

201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 급식실 알바 수개월, 도시락카페 주방보조 업무 1년 등 직업활동을 이어 왔으나, 일을 할수록 제과·제빵의 꿈이 더욱 커지면서 오래 못 가 그만두었다. 2020년 직업교육 기관인 소림학교 전공과에 다시 입학해 공부를 계속한 끝에 설빙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그에게 꿈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를 위해, 형을 위해 많은 돈을 벌고 싶어요. 계속 성장해서 언젠가는 자립해 나만의 삶을 살고 싶어요. 내 손으로 직접 카페를 차리고, 내 돈으로 집 사고 결혼해 가정 이루고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조선대 프로게이머 강민서

◇“e스포츠 국가대표 돼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 올게요”=조선대학교 소속으로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인 강민서(18)군은 “장애가 오히려 내게 장점이 됐다”고 웃었다. 강군은 청각·언어장애를 갖고 있으나 게임 속 세계에서는 누구보다 민첩하고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강군은 청각장애 3급으로, 80dB(지하철 내 소음 수준) 미만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선천적인 장애 탓에 어릴 적부터 고성능 보청기를 써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말을 더듬고 된소리 등 일부 발음을 정확하게 낼 수 없는 언어장애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일 당당하게 조선대 산학협력단 아시아 e스포츠산업지원센터 직원이자 프로게이머로 입단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 온라인’ 등 종목에서 실력을 보이고 있다.

강군은 지난 7월 전국장애인 e스포츠대회에 출전해 금메달과 MVP(최우수 플레이어)를 따냈다. 올해에만 흥타령배 전국장애인 e스포츠대회 금메달, Breaker Cups 한일전 피파22 한국팀 우승, 전국장애학생체전 리그오브레전드 동메달·피파온라인4 동메달, Play x4 결선대회 동메달 등 수차례 낭보를 올렸다.

강군은 “장애 때문에 직업활동이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다. 게임 할 때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리니, 오히려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잘 하나 보다”며 웃었다.

아시아 e스포츠산업지원센터 대회 운영, 각종 서류 작업 등 업무지원도 병행하고 있는 그는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월 110여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강군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홀어머니께 드리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2018년 부모가 이혼하면서 모친과 살고 있는데, 내년 강군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그동안 부친이 모친에게 주던 양육비가 끊기게 된다는 것이다. 강군은 “양육비가 끊기더라도 어머니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돈 많이 벌어서 어머니도 돕고, 저축도 하고, 대학도 진학하고,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당장은 내 힘으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훌륭한 대학을 가고 싶은 게 꿈이죠.”

강군은 “오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다”며 “내가 잘하는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인 e스포츠를 통해 꿈에 다가가고 있어서 더 힘이 난다. 앞으로 제 활약을 지켜봐달라”고 웃었다.

(주)미르텍 박주연

◇“받았던 사랑만큼 나누고 베푸는 사람 될래요”=박주연(여·23)씨는 목포시 대양동의 영상감시장치 제조업체 (주)미르텍에서 ‘웃음 제조기’로 통한다. 활달한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자리잡았다.

박씨의 밝은 웃음 뒤에는 아픔이 있었다. 지적장애 2급을 안고 있으며 선천적으로 체력이 부족해 잔병치레도 잦았다. 장시간 업무를 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심한 두통이 찾아오거나 몸살이 나는 등 외부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르텍에 취업한 이후 박씨는 책임감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를 꿋꿋이 채우며 일하고 있다. 인쇄·스캔·우편 전송·문서 작업 등 업무를 하고 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정직원으로 채용돼 월 200여만원 급여를 받고 있다.

목포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인 박씨는 4남매 중 첫째로 집안에서는 의젓한 장녀 역할도 맡고 있다. 박씨는 “맏이인데다 나 또한 성인인데,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쉬고만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돈을 벌어서 고마운 분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할머니와 우리 동생들, 친척 동생들 모두가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나 또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매일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일을 배우며 하루하루 발전하는 게 느껴져요.”

박씨는 최근 바람이 생겼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국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운전 면허를 따서 직접 차를 운전하며 전국 일주를 돌기 위해 수십만원씩 꾸준히 적금을 들고 있다. 나아가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하는 것 또한 꿈이라고 박씨는 전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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