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는 아들 경준을 잃고 말았다. 경준은 2년 넘게 병원에 있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정희는 남편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아무 일 없이 다시 삶을 살아야 하는 정희는 점점 마음이 무겁고 병들어 간다. 단지 살아가기 위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정희는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힘들 만큼 약 기운에 취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얼마 후 남편마저 실종된다.
김보현의 장편소설 ‘가장 나쁜 일’은 사건을 위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은 실종, 납치, 외도, 자살 기도 등 사건을 모티브로 펼쳐진다. 지난 2011년 ‘자음과 모음’에 단편 ‘고니’를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2015년 ‘팽: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특유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검증받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소설은 나쁜 일,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쁜 일은 연달아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 법.
정희는 실종된 남편과 관련된 사소한 미스테리한 정황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정희에게 두려운 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마음 속에 키워가며 스스로를 지옥에 남겨 두는 것이다. 얼마 후 정희는 아내의 자살로 남겨진 미스테리한 진실을 찾아나서는 철식이라는 인물과 함께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한마디로 비극의 듀오인 셈이다. 작가는 “소설에 대해서, 소설을 쓰는 동안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려다 그만둔다. 다만 누군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자리에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고 말한다. <민음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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