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70㎜ 폭우 … 한 달 내릴 비의 양 이틀 동안 쏟아져
광주·전남 가뭄 경보 … 평균 저수율 49%에 물부족 극심
폭염·열대야에 온열질환자 106명…“야외활동 자제” 호소
“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가뭄 속 찜통 더위.”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반면 남부지방에서는 극심한 가뭄 속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한 나라 두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부지방은 유례없는 물 폭탄 =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서울에는 469.5㎜ 비가 쏟아지는 등 중부지방에 집중 호우가 내렸다. 서울지역의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인 414.4㎜ 보다 많은 양의 비가 이틀 동안 쏟아진 셈이다. 현재 수도권과 강원내륙 및 산지, 충청 북부 등에는 8일부터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북부·경북북서내륙에 100~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고, 당분간 중부지방과 전북·경북에 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금까지 경기 북부와 강원영서 북부에 많은 비가 왔다면, 앞으로는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충청 북부에 강수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부지방에 유례없는 물 폭탄이 쏟아진 데는 한반도 중부지방에 걸쳐있는 정체전선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정체전선은 한랭건조한 북쪽 티베트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면서 “ 이 두 기압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동서쪽 길이는 길고, 남북쪽 폭은 좁은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구름대 폭이 좁아 비가 세차게 쏟아질 때는 시간당 강수량이 50∼80㎜ 이상일 때도 있겠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남부지방 가뭄 속 폭염 지속 = 중부지방의 물 폭탄과는 달리 광주와 전남 등 남부지방은 가뭄이 지속되면서 행정안전부는 9일 가뭄 예·경보를 발표했다.
전남의 경우 최근 6개월 간 누적 강수량은 506.8㎜로, 평년 강수량(802㎜)의 63.5%에 그치고 있다. 평균 저수율 또한 전남은 49.4%로 평년(63.6%)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섬진강 댐의 저수량도 예년 547.0㎥에 비해 올해는 301.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전남을 포함한 남부지방은 폭염과 열대야도 지속되면서 온열환자 급증과 함께 일상의 불편을 호소하는 지역민들도 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와 전남 22개 시·군 전역에 폭염주의보를 발효중이다. 특히 올 여름 폭염(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빨리 시작된데다, 열대야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빨리 나타나면서 지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 분석 결과 올해 광주의 폭염은 지난 6월 3일 첫 발생했고, 열대야(일 최저기온 25도 이상)도 지난 6월 26일 처음 발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평년에 비해 3주 이상 빨리 찾아온 것이다.
◇폭염 속 온열환자도 급증 =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광주·전남지역에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올해 온열질환자 발생 건수는 106명(전남91명·광주 15명)이다. 아직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에 등록된 온열질환자 외에도 광주·전남지역 병·의원에는 폭염 이후 극심한 피로나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온열질환 의심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 전문의는 “주간에 야외활동을 한 후유증이나, 냉방기에서 하루 종일 일해 피곤한 경우, 열대야로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경우 등 무더위와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노인들은 주간에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 땀을 흘리고 어지러워 병원을 찾는 경우도 상당수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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