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드라마·영화·음악 등
OTT 독점 시장 갈수록 확대
노년층·취약계층 시청 어려움
누구나 똑같이 TV를 통해 안방에서 경기를 보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와 영화를 감상하던 시대는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이제는 인기 있는 경기나 드라마, 프로그램은 돈을 낸 사람만이 보는 상황이 됐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들고 정치권은 다툼만 반복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까지 돈을 내가며 봐야 한다니 씁쓸합니다. 예전에는 TV 하나면 그냥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김동주(64·광주시 서구 치평동)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축구선수 손홍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 김 씨는 “평소대로 중계 채널이 어느 곳인지 찾아봤는데 찾을 수 가 없었다”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OTT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다는 안내문이 뜨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경기 한 건 보자고 결제할 수도 없고, 설령 결제한다 해도 방법을 몰라 포기했다”며 “기분을 전환할 겸 축구를 보려 했는데, 유료 안내문으로 되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제 손흥민 소속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는 당장 이번 주말부터 돈을 내야 볼 수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일부 IPTV 가입자라면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부터는 토트넘 경기를 보려면 더 높은 요금제로 결제해야 한다. 이 같은 추세는 더 많은 인기 스포츠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스포츠 경기 시청을 유일한 오락거리로 삼는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 간 축구경기는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쿠팡 와우 멤버십’ 고객들을 위한 스포츠 이벤트로 지상파 중계 없이 쿠팡플레이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손흥민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모처럼 TV 앞에 앉은 시민들은 기대한 만큼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TV(지상파, 케이블TV)에서 볼 수 있었던 인기 스포츠 중계가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비롯됐다. 몇 해 전만 해도 TV를 켜면 누구나 시청 가능했던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매달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2만 원 가까이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회사)들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과 아마존 등은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 입찰에 참여했다. 경매 대상은 지역 방송사에서 송출되지 않는 경기를 중계해주는 패키지인 ‘NFL 선데이 티켓’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NFL 선데이 티켓은 위성방송사 디렉TV가 독점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중계료를 지금보다 연 10억달러 이상 많은 연 25억달러(약 3조2700억) 이상으로 제시받은 디렉TV가 응찰을 포기했다. 이같은 해외 기업들의 스포츠중계권 확보 경쟁은 자연스럽게 경제력 여부에 따른 문화 향휴 격차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드라마도 유료 플랫폼 OTT 시장의 확대로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은 점차 외면을 받고 있다.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채널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생소한 신생 채널 드라마인 탓에 고령 시청자들은 채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월 4400원의 케이블 TV를 수신하고 있지 않은 가구는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인 대학생 A씨는 “혼자다 보니 기본 요금이 들어가는 TV나 일반전화를 없앴다”며 “TV가 없다 보니 ‘우영우’를 보려면 특정 OTT에 가입해야 하는데 월 정액만 1만3500원 가량”이라고 불평했다.
아울러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케팅에 실패한 팬들을 배려하기 차원으로 제시된 OTT 실황 중계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오는 8월 예정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실시간 중계는 특정 OTT를 통해 생중계된다. 아쉽게 티케팅에 실패한 팬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지만 유료 가입자만 시청이 가능하다.
임영웅의 팬이라는 박 모씨는 “티케팅을 넘어 ‘피켓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매가 어려워 결국 실패했다. 직접 보지 못하고 휴대전화나 TV로 봐야 하는데 그걸 굳이 OTT 유료가입자로 한정한 게 적절한가 싶다. 특히 팬의 상당수가 고령층인데 익숙지 않은 OTT대신, 자체 유튜브 무료중계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하림 조선대 명예교수는 “외면상으로는 정보 및 IT가 보편화됐다는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OTT의 독점 중계 및 보편화는 특히 노년층이나 경제적 취약계층의 보편적 시청을 침해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는 퍼블릭 어세스(Public access)를 침해하고, 정보의 독점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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