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식재료값 부담…손님 잃을까 가격 인상 주저
‘1인 1메뉴’ ‘점심 영업만’…식재료 못구해 발동동
광주·전남 외식업소 평균 매출 한 달 새 16% 떨어져
신안 압해도에서 30석 규모 백반 뷔페식당을 운영하는 정원중씨는 최근 1인당 식사비를 9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코로나19 절정기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텨왔지만, 올해 들어 모든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식당을 연 지 4년 만에 처음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정씨는 “따로 종업원을 두지 않고 아내와 둘이서 일하며 인건비를 줄여가며 식당을 꾸려왔지만 한계에 달했다”며 “올 초 18ℓ에 3만8000원 하던 식용윳값은 6만원대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30가지 음식 재료 가운데 안 오른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3년에 걸쳐 외식업계를 옥죄어 왔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지만,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음식점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재료값 부담을 덜기 위해 음식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지만 손님을 잃을 우려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식당 곳곳에서는 ‘1인 1메뉴’를 부탁하거나 저녁 장사를 접고 점심 영업만 하겠다는 안내문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해 원래 팔던 음식을 내놓지 못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더 외식’ 외식업 카드 소비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지역 외식업소 매출은 광주 1498억원·전남 2195억원 등 3693억원으로, 전달보다 5.4%(-672억원) 감소했다.
지난 5월 광주·전남 외식업소 평균 월매출은 902만원(광주 903만원·전남 901만원)으로 3년 내 최고를 기록했지만, 최근 불거진 코로나 재유행 영향으로 6월 762만원(광주 762만원·전남 761만원)으로 떨어졌다. 한 달 새 매출이 업체당 평균 141만원(-15.6%) 떨어진 것이다.
원재료 수급 불안정은 비단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광주·전남 6곳 등 전국 87개 매장을 거느린 뷔페 프랜차이즈 ‘쿠우쿠우’는 지난 3월부터 생연어 원물을 잘 구하지 못해 ‘생연어 품절’을 공지하고 있다.
롯데리아 일부 매장은 국내산 닭다리 수급이 불안정해 고객이 원하는 만큼 닭다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붙인 롯데리아 한 매장 직원은 “두 달 전부터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닭다리가 급격히 줄어 닭다리 1개와 날개 1개, 가슴살 2개로 구성된 상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에게 닭다리가 들어간 상품을 주지 못할 때는 날개를 1개 더 주는 방식으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가격 인상은 곳곳에서 이뤄지며 소비자 외식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지역 외식물가 상승률은 광주 8.1%·전남 9.0%를 기록했다. 지역 외식물가 상승률은 광주는 1998년 7월(9.9%) 이후, 전남은 1998년 3월(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남의 경우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9%대로 오르며 가장 높았다.
지난달 호남통계청이 조사한 지역 외식품목 39개 가운데 광주 구내식당 식사비와 음료를 제외한 모든 품목 가격이 올랐다.
광주에서는 식당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전년보다 각각 18.9%, 15.9% 뛰는 등 12개 품목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남에서도 갈비탕(13.4%)과 자장면(11.4%) 등 15개 품목이 두 자릿수 올랐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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