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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마지막까지 외로웠던 조유나양 가족, 한달간 통화 10여 통…철저한 고립생활

by 광주일보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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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대부분 가족간 주고받아
주변인들과 왕래도 없이 단절
장례식장에 아무도 찾지 않아
가족 유해 화장장에 임시 안치
아빠 코인 손실…‘루나’ 투자는 안해
엄마 공황 장애·불면증 진단

광주 조유나양(10·5학년) 일가족은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가족 3명의 마지막 한 달(5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발신 전화는 한 명당 5통 안팎이었으며 이마저도 은행과 완도 펜션을 제외하면 일가족 3명이 주고받은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주말 치러진 장례 절차 동안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얼굴을 비춘 이도 없었다.

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남부경찰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5월 한 달간 조양 가족 3명의 휴대전화 송·발신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각각 발신 전화는 5건 안팎으로 나타났다. 일가족 3명이 저마다 걸었던 5통 안팎의 전화는 대부분 가족 3명이 주고받은 전화였다. 수신된 전화 역시 비슷한 규모였다.

조양 부모의 경우 가족 간 전화를 제외하면, 생의 마지막 한 달 가운데 7일을 머문 완도군 신지면 펜션 관계자와의 통화 한두 통, 그리고 은행서 걸려온 전화 두 통이 사실상 전부였다고 한다. 조양 부모는 형제자매와 친척 등이 있었지만 지난 5월 통화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양 역시 부모와의 통화, 친구와의 통화 등 지난 5월 주고받은 전화는 채 10통이 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달 24일 조양 일가족 실종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실종 경보’를 울리기 전후, 사건 초기 이어진 탐문 수사 과정에서도 가족이 외부와 단절된 흔적이 엿보였다. 탐문 수사에 나선 복수의 경찰은 형제·자매 등을 접촉한 뒤 “가족끼리만 어울려 산 것 같다. 형제자매 등 가까운 사람과는 연을 끊다시피 전화도 왕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실종 경보 발령 초기 TV 등 언론에 조유나양 사진이 줄곧 나왔지만, 일가족이 살았던 광주시 남구 백운동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변 미용실, 교회, 학원, 마트 등 5~6곳 관계자는 한결같이 “처음 보는 아이다. 기자들이 오기 전엔 이 동네에 산 줄도 몰랐다”고 했다.

조양 가족의 마지막 길도 외로웠다.

조양 가족의 유해는 부검을 마치고 지난 30일 광주시 남구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으며, 이튿날 곧바로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옮겨졌다. 발인부터 화장까지,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은 물론 학교·교육청 관계자까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경찰과 장례식장 관계자는 “조양 가족이 주변에 피해를 준 것은 딱히 없지만, 실종 사건이 떠들썩하게 알려지면서 얼굴 드러내기가 부담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현재 조양 가족의 유해는 화장장에 한 달간 임시 안치됐으며, 이 기간 유가족이 장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유골은 인근 동산에 뿌려지게 된다.

주말 사이 경찰은 조양 부모가 남편 조모(36)씨 명의로 지난해 국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코인 투자’를 했다가 2000여만원 손해를 본 사실을 파악했다. 지난해 3월 10여개 가상화폐에 총 1억 3000여만원을 투자했으며, 3개월 뒤인 6월 1억 1000여만원을 출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조양 부친은 지난 5월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루나 코인’에는 투자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루나 코인은 지난 5월 1주일 사이 97%가 폭락했던 가상화폐로,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조양 가족이 사망 직전 루나 코인에 투자해 큰 실패를 겪은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 1년간은 코인 투자 내역이 없다. 조양 부모가 인터넷으로 ‘루나 코인’을 검색한 것도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대폭락 상황이 이슈가 되니까 궁금해서 검색해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조양 모친 이모(35)씨가 광주의 한 병원에서 지난 4~5월 두 차례에 걸쳐 공황장애, 불면증 진단을 받고 수면제 등을 처방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여전히 조양 일가족이 극단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도 극단 선택의 원인은 딱 잘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제적 곤란뿐 아니라 조양 모친의 공황장애 등 여러 사유가 겹치면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양 부모가 지난해 여름부터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매월 90여만원에 이르는 자동차 임차비(리스)와 집 월세 35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꼬박꼬박 내왔던 점을 거론하며 일가족이 마지막까지 버티다 결국 극단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는 얘기도 있다. 대출금과 카드빚 등 1억 5000만원의 기존 채무에 더해 관리비까지 넉 달 치가 밀린 상황에서 가족 질병 등 복합적인 사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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