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점 많은 완도 실종 일가족 행적
최근 2년 사이 2차례나 이사
쌓인 독촉장, 극단 선택 가능성 속
300만원 펜션 숙박비·아우디 감안
경제적 극단 상황 단정 어려워
완도 방문 배경도 확실하지 않아
광주경찰, 통신·금융 등 내역조사
경찰 수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광주 조유나(10·5학년)양 일가족 실종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조양 가족이 최근 2년새 2차례 이사를 하고 올 들어서만 조양 체험학습을 7차례나 학교에 신청했던 사실 등이 하나둘 드러나면서다. 또한 경찰 안팎에서는 법원에서 신용카드 회사의 신청을 받아 조양 부모에게 지급명령을 내리고 관리비 등 각종 독촉장이 쌓인 상황을 감안하면 경제적 곤란으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7일간 총 300만원 수준의 완도 신지 풀빌라 펜션 숙박비와 부모 소유의 아우디 승용차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상황으로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린 것은 아닐 가능성도 여전하다. 경찰 취재 결과 조양 부모가 형사사건에 연루된 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권력에 의해 쫓기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족은 왜 돌연 실종됐으며, 실종 장소도 완도가 됐는지 궁금증만 쌓이는 형국이다.
◇잦은 이사, 쌓인 독촉장에도…남구청 “일가족 수급자 아냐” = 27일 광주경찰청과 광주남부경찰,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조양은 광주 서구 관내 모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2차례에 걸쳐 이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 당시 거주지는 화정동이었고 2020년 용산동으로 가족이 거처를 옮겼다가 2021년에는 현재의 백운동에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들어서 잇따라 부모가 체험학습을 시킨다고 등교시키지 않은 점도 이날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 3월 제주도(체험학습 5일 신청)를 시작으로 여수 2차례, 가정학습과 이번 제주 체험학습 신청(실제로는 완도 방문) 까지 포함하면 모두 7차례에 걸쳐 35일을 사용했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각종 독촉장이 우편함에 수북이 쌓였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경제적 사정에 의한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나오지만 이 또한 현재로선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여름 조양 부친이 사업을 접은데다 가족 거주지가 수십년 된 아파트이고, 모친의 카드값 결제가 지체돼 법원에서 지급명령을 내렸다는 점, 관리비 등 각종 미납 고지서가 쌓였다는 점을 두고 “경제적으로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짧은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경제적으로 막다른 길목에 몰렸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이 확인한 결과,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차상위 계층으로도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제 승용차 소유 때문인지, 갑자기 사정이 나빠져 미처 신청을 못한 것인지 사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공적 부조 수혜 대상은 아니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반대로 극단적 상황까지 일가족이 내몰렸다면 휴대전화 3대를 유지하면서 1박에 40~50만원 수준의 풀빌라를 2차례(7일)에 걸쳐 약 300만원가량 결제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견도 여전한 상황이다.
경찰은 일가족이 완도를 방문한 배경을 두고 조양 가족의 외갓집이 한때 고금도에 있었던 것과 연관짓고 있다. 현재는 조양 외조부모가 모두 고금도에 살지는 않지만, 지난달 완도로 들어설 당시 해남이 아닌 강진과 고금도를 거쳐 신지도에 왔던 것도 익숙한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고금도가 모친 입장에선 고향일 가능성이 있고 장보고대교만 넘으면 신지도여서 가족들에게 친숙하거나 나름 추억이 서린 곳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다만 조양 가족이 친가는 물론 외가쪽과의 관계가 거의 끊기다시피한 상황이어서 경찰 행적 조사만으로 실종 배경과 장소에 대한 판단을 선뜻 내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후 늦게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양 가족의 통신, 금융, 보험, 의료 등의 내역 확인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사, 카드사,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용 내역을 받아 실종 경위 등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완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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