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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칼럼니스트8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비빔밥을 다시 본다 익산에 갔다. 호남의 관문, 한때 번성했던 상업도시. 고속열차 정차 역으로 지역 교통의 중핵이 된 곳이기도 하다. 명물 음식은 많고 많지만 황등비빔밥을 뺄 수 없다. 육회를 얹는 독특한 맛이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에선 오랫동안 비빔밥 문화가 있었다. 60년대 언론 기사를 보면, 비빔밥을 메뉴로 내는 식당이 많았다. 내가 직장생활 시작하던 90년대도 대중식사로 비빔밥은 아주 흔했다. 온갖 외래 메뉴와 창작 메뉴, 각 지역 음식의 각축장이 된 최근의 서울에서는 비빔밥이 왜소해졌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몇 가지 나물과 계란, 공장제 고추장과 참기름이면 한 그릇 뚝딱하던 시중 비빔밥이 고전 중이다. 비빔밥은 매우 한국적인 음식이다. 아시아권에서도 비빔밥은 독보적이다. 중국 문.. 2021. 11. 20.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중국집에도 지역성이 있다 몇 해 전이던가, 코로나도 들기 전의 시절이다. 광주에 볼일이 있어서 송정역에 내렸는데, 지하철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이 도시를 찾는 외지 사람들이 대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호남에 가면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의 절반쯤이 늘 가득 차곤 한다. 점심과 저녁은 어디서 맛있게 먹을까, 혼자 가서도 상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기대감에 부푼다. 더러는 비판적 생각도 한다. 호남이라고 어디서 재료를 거저 가져오진 않을 텐데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저렇게 해서도 남을까. 어찌 됐거나 음식에 대한 상념이 치솟는 곳이 호남이다. 내게는 특히. 그런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김밥 프랜차이즈 광고가 눈에 들어와서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이다. 하기야 김밥 같은 ‘패스트푸드’는 프랜차이.. 2021. 10. 2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예전에 목포에 들렀다 예전에 목포에 들렀을 때 일이다. 유달산에 올라 보니 삼학도가 그리 작은 섬인지, 그것도 섬답게(?)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육지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다는 것도 의외였다. 유달산에는 등산로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데, 구슬픈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알다시피 이난영의 노래다. 나는 이난영이 활약하던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일찍이 그 목소리를 라디오로 자주 들었다. 흔히 한 맺힌 창법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뭐랄까 중성적이 고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당시 창법은 대체로 구슬프거나 지나치게 발랄한 타입이 대종을 이루었는데, 이난영은 그런 보편적인 창법 저편에 혼자 있는 것 같았다. 야구광인 나는 나중에 해태타이거즈 야구팀의 응원가로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걸 많이.. 2020. 8. 27.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짜장면과 쌀국수 인류는 ‘면류’(麵類)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면은 보편적인 인류의 음식이다. 한국인의 면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나는 하루 한 끼는 면을 먹는다. 해장 음식의 으뜸도 면이다. 한때는 라면과 짬뽕이었고, 요즘은 냉면으로 해장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오랫동안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짜장면은 외식의 왕으로 군림했다. 졸업과 입학, 그리고 뭔가 축하할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으레 짜장면을 먹었다. 화교 주인과 요리사가 알 수 없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그런 집들이 좋았다. ‘본토’의 맛이라고나 할까. 이국의 정취가 배어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주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방에 주문을 넣는 중국어의 악센트, 수타.. 202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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