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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소설처럼7

[서효인의 소설처럼]북해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찾다 -우다영 장편소설 ‘북해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저잣거리의 마당놀이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러 사람을 홀려왔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홀림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최초의 이야기는 아마 말 그대로 이야기였을 것이다. 입에서 귀로, 귀에서 생각으로, 그 생각이 다시 입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우리는 구전(口傳)이라고 부른다. 문자를 쓰기 시작하고 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야기는 이제 글로 남겨진다. 그러나 문자는 상당 시간 종교적·사회적인 쓸모로 복무하였다. 그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글자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근대 문화의 소산으로서, 소위 부르주아나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였다. 소설의 시대 이후 얼마 있지 .. 2022. 1. 1.
[서효인의 소설처럼]펭귄은 펭귄으로, 곰은 곰으로-루리의 소설 ‘긴긴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는 꽤 많은 곰이 살고 있다. 대부분 반달가슴곰으로 1981년 재수출 및 약재 사용 등의 목적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된 곰의 개체가 400마리 가깝게 남아 있는 것이다. 한때 곰 쓸개가 몸에 좋다고 하여 찾는 이가 많았다. 웅담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다. 곰이 느끼는 고통 또한 그러할 것이다. 다행히 웅담을 대체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그간 발전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 남은 곰들은 사육 농가에서 남은 생이 다하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정책적으로 중성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불법 증식되는 경우도 허다하여 우리를 탈출한 어린 곰에 대한 소식도 종종 듣게 된다. 최근 경기.. 2021. 7. 18.
[서효인의 소설처럼] 치유의 소설 , 김금희 ‘복자에게’ 제주도 곁의 섬에 간 적이 있다. 섬에 들어가는 배에서는 섬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유명 가수의 노래가 반복 재생되었다. 제주도와는 또 다른 결의 풍광에 출장이라는 것도 잊고 바람 냄새를 맡았다. 섬이 차가 다닐 만큼은 크지 않은데, 걸어 다닐 만큼 작지도 않아 우리는 자전거를 빌렸다. 그다지 보관이 잘 되었거나 신형이라고 할 수 없는 자전거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삐걱삐걱 몰았다. 섬에 왔다고 누군가에게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몰라서 관두고 말았다. 날은 맑고 파도는 섬의 곁에 와 부딪히고 부서지고 다시 일었다. 당신은 그저 왔다 가면 그만이라는 듯이. 김금희의 장편소설 ‘복자에게’를 읽으며 짧은 여행의 반가운 기시감을 페이지마다 만날 수 있었다. 작가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위트..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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