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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생각11

[김은영의 그림생각] 아침신문 : 한점의 그림, 코로나 시대 위안이었길 아마도 두 딸이 나를 기억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신문 읽는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새벽 알람소리에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대문으로 나가 조간신문을 들고 와서 때로 아침밥 준비도 미룬 채 신문을 열독하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도 사무실에서 가져온 신문더미는 잠자리에까지 따라와 부스럭거려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어느덧 옛날 사람이 되어선지 인터넷 뉴스보다는 활자로 인쇄된 종이신문을 보아야 비로소 하루를 정리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덴마크 화가로 사실주의와 상징주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라우릿스 안데르센 링(1854~1933)의 작품 ‘아침식사 중에’(1898년 작)를 처음 대했을 때 흡사 나의 모습인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홀로 남은 식탁에서 음식에는 관심 .. 2020. 12. 26.
[김은영의 그림생각] 산타클로스 : 올 크리스마스 가장 간절한 선물은 ‘백신’ 요즘, 유행하는 유머 가운데 하나로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주려면 적어도 2주일 전인 오늘은 한국에 도착해야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가 격리를 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빨간 부츠 대신 흰색 구두, 즉 ‘백신’을 신고 오면 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백신은 어린 시절 모두가 잠든 밤 선물을 가져오는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이제 우리 인류의 간절한 염원이 된 것이다. 산타클로스의 기원은 3세기 후반 오늘날의 터키 지역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주교로 활동하면서 재산의 대부분을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사업에 사용했던 성 니콜라스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활동들의 영향으로 성 니콜라스 축일에는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풍습이 생겼다... 2020. 12. 12.
[김은영의 그림생각]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달빛 아무리 밝아도 외롭고 쓸쓸하구나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잠시 멈춘 탓인지 올 한해 하늘은 그 어느 해보다 유난히 깨끗하고 공활하다. 이즈음 밤하늘에 덩두렷이 걸려있는 보름달 역시 휘영청 밝다. 계절이 깊어지면서 스산해진 초겨울 분위기 탓인지, 사회전반에 스며든 것 같은 ‘코로나 블루’ 탓인지 그 달 아래 서면 달빛 아무리 밝아도 외롭고 쓸쓸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백석의 심정처럼 말이다. 김홍도(1745~1806)의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1796년 작)는 꼭 이맘때의 달 밝은 밤 풍경을 묘사한 그.. 2020. 12. 5.
낙엽 : 마스크 한장에…무감각해진 계절 변화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 암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가을날 잎들이 바람에 쓸리듯이 내 마음도 정처 없이 나부낀다. 이런 계절이면 학창시절 읽었던 교과서 속 시와 수필에서 떠오른 몇 구절로 문학소녀같은 감성에 젖어본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상념에 잠겼던” 소설가처럼 낙엽을 모아 태우면서 연기처럼 지난날.. 202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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