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장홍제 지음
살리에르 증후군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천재에게 느끼는 질투의 감정을 일컫는다. 음악가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데서 유래된 용어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는 그런 설정이 모티브가 됐다. 1984년 개봉된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르의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모차르트 죽음을 화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안티모니라는 원소에 의학 중독사가 그것. 장홍제 광운대 화학교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안티모니는 로마시대부터 구토 유발제로 사용돼왔다. 인간의 몸에 독이나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모차르트 사망하기 전의 증상이 안티모니 중독과 흡사했다. 그의 생애 말년을 담당했던 의사가 열을 내리기 위해 안티모니를 추가 처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물론 사망 원인에 관한 다수의 가설이 있다.
장홍제 교수가 펴낸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는 화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들여다본다.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역사의 뒷이야기에 숨은 물질의 비밀을 파고든다. 저자는 ‘화학 연대기’ 등 다양한 책을 펴냈으며 과학과 실험 속에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는 화학자다.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 속에 녹아 있던 더 흥미로운 화학적 실체의 결정(結晶)을 추출해내는 저자의 손끝을 따라가 보자. 화학을 역사만큼이나 좋아하게 되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할 테니”라고 상찬한다.
19세기에는 생명보험이 산업화되면서 보험금을 노린 비소 사고가 증가한다. 1851년 영국 의회에서 비소의 판매 기록을 기록으로 남기는 비소 법률이 통과되며 다소 해결되기 시작했다. 현대사회에서 비소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기도 하고 항암 치료제로 쓰기도 하며, 부자를 비롯한 식물성 알카로이드를 질병 치료”에 활용한다. ‘독이 약이며 약이 독이다’라는 역설에 부합된 사례다.
고딕 건축의 일반적인 원형 장식창인 장미창에도 화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내부에서 보이는 색상은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일 뿐이다. 저자는 “태양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백색광의 흡수와 반사, 투과에 의해 나타나는 광학적 타이를 보이는 것”이라며 “이러한 특징은 이색성(dichroism)이라는 방식으로 빨간색과 노란색 유리에서 더 확실히 관찰된다”고 설명한다.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무기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예외없이 화학적 요소가 등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겨자가스는 이름과 달리 실제 겨자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살포 전 색상과 냄새가 겨자와 유사해서 붙여진 것이다. 탄화수소가 주를 이룬 화학구조로 인해 물에는 잘 녹지 않은 반면 피부의 지방을 통해 빠르게 흡수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체내에 유입된 겨자가스 분자는 유전물질인 DNA에 작용해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인도합니다. 피부에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는 수포(물집)제이기도 해서 전신에 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사실 화학은 산업 분야에서 높은 잠재성을 지닌 분야다. 하지만 노벨의 다이너마이트가 말해주듯 전쟁과 폭력, 테러에 연관됐을 때의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인류와 인류 발전 이외의 목적으로 악용됐을 때의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이다.
이밖에 책에는 한니발의 군대는 정말 바위를 부수기 위해 식초를 사용했을까? 렘브란트의 그림에 숨어 있던 스케치는 어떻게 발견됐을까? 등 화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갈매나무·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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