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범국민위, ACC 등서
‘빛나는 순간’ 등 6편 상영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도 열려
제주4·3은 한국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비극의 역사다. 천혜의 아름다운 섬에서 일어났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참혹한 역사였다.
광주5·18은 군부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빛의 도시를 피의 도시로 물들게 했던 끔찍한 비극의 역사였다. 광주 시민들은 군부에 맞서 항거했으며, 그 결과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초석을 이루었다.
제주4·3을 알리는 영화제와 전시회가 광주5·18과 만나 눈길을 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4~5일 ‘제주4·3과 만난 광주5·18’을 주제로 한 영화제 ‘4·3과 친구들 영화제 in 광주’를 개최한다. 이번 영화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펼쳐진다.
먼저 개막작으로 소준문 감독의 ‘빛나는 순간’이 4일 ACC에서 상영된다. 최고의 해녀(고두심 분)의 이야기를 다큐로 제작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경훈(지현우 분)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바다와 풍광의 섬에 깃든 아픔의 역사가 펼쳐진다.
같은 날 ACC에서는 임흥순 감독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9)이 상영된다. 일제 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이라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조명한다. 임 감독 특유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5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는 4편의 단편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최진영 감독의 ‘뼈’, 김일형 감독의 ‘전조등’, 강희진 감독의 ‘메이·제주·데이’가 그것. 폐막작으로는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상영된다.
특히 폐막작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일본에 남은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다. 어느 날 어머니가 딸에게 자신이 제주4·3을 체험했다는 말을 꺼내며 아무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를 한다.
양 감독은 제주 출신 부모를 둔 재일조선인 2세 감독이다. 그의 시각에 비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은 아픔을 넘어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기획됐다. 광주5·18의 상흔이 깃든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당시의 희생자와 제주 4·3, 여순항쟁 희생자 등도 함께 위로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는 생활속에서 버려진 폐가구를 활용해 제주의 공동체를 표현해 잊혀진 기억과 감정들을 되살리는 인두화 ‘제주공동체’(손유진),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길 희원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백비’(이수진) 등을 만날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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