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원 지음
관상용 꽃이 되길 거부한 열혈 독립운동가 정칠성, 조선 독립운동가들의 숨겨진 리더 남자현, 조선 최초의 비행사 서왈보, 한국 바이러스 연구의 개척자 이호왕,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등….
지난 세기를 격동의 20세기라고 한다. 그만큼 역동적이었고 가변적이었다. 시대는 영웅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격변의 시대일수록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이들이 있었다. 세상과 맞추지 않고 도전과 변화를 감행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천편일률적인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었다.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을 펼치면 지난 세기에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삶과 조우할 수 있다. 정형화된 세상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들의 이야기는 모험과 충돌을 넘어 우리의 근현대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인 강부원 작가로, 그는 책에서 인물들의 업적과 명성보다는 다른 면을 주목하라고 당부한다. 처절하고 외로운 삶을 산 이들을 보며 ‘나만 고통스럽고 힘든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스물다섯 명의 인물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투옥이나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끝내 지키려 한 삶의 원칙이 있었다. 자유와 평등, 여성 해방과 노동 해방,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등등, 추구했던 목표는 각자 달랐지만, 자신이 삶의 원칙으로 세운 가치들을 실천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곰곰 돌이켜보면, 모두 공동체의 ‘사랑’과 ‘평화’와 ‘행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진 존재들이었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세상에 맞서 싸웠던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한국 최초의 고공투쟁 노동자 강주룡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가장 낮은 자’다. 평양 평원고무공장 노동자였던 그녀는 평양의 상징인 을밀대에 올라 농성을 했다. 세계 공황 여파로 조선고무공업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하루 15시간을 일해도 고무신 한 켤레 값도 못 되는 일당을 받던 노동자에게 임금 17% 삭감 통보가 내려졌다. 강주룡은 일제 권력과 결탁한 자본가들을 비판하며 반대 투쟁을 전개했다.
위안부 참상을 최초 공개한 김학순의 용기 있는 결단도 나온다. 1994년 도쿄지방법원에서 증언한 김학순에 의해 일본 정부는 명백한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부에서는 최초 도전을 감행한 이들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 씰의 기원이 된 조선 최초 여의사 김점동을 비롯해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했던 아나키스트 혁명가 박열, 풀뿌리 독서운동의 기수 엄대섭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세계 최초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은 원인균을 발견하고 전파경로를 찾았으며 진단법과 예방백신을 개발했다. 그는 “내 유전자는 실패해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3부는 시대와 불화했던 이들을 조명한다. 벌거벗은 운명에 맞서 자유를 꿈꾼 문학소녀였던 전혜린과 4·19 직후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작가 김승옥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밖에 격동기 한국인이 경험한 역사적 순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해 ‘한국의 미켈란젤로’로 불린 화가 이쾌대, 조선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영웅이었지만 일제에게 두려움을 안긴 영화 ‘아리랑’의 감독 나운규의 도전과 열정은 삶의 원칙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믹스커피·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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