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조사위’ 결과 중간보고서 보니
노무현 정권 때 검증 마치고도 밝히지 않아 비판 목소리
연말 최종보고서 제작 앞두고 진상규명 애타는 시민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과 관련, 국가정보원은 공식 조사를 통해 허위 사실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0년이 지나도록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허위 사실로 5·18민주화 운동이 폄훼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관이 이 사실을 알고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17일 ‘2021년 하반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활동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조사 활동 사항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조사에 주력했다. 조사는 ▲직접 침투 주장자 ▲북한 체류시 북한군 개입설을 들은 사람 ▲일명 ‘광수’ 지목자 등 6명과 참고인 등 12명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진행했다.
이과정에서 진상조사위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6~2015년 북한군 개입설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던 자료를 제공받았다.
자료 분석 결과 국정원은 이미 북한특수군 침투 주장이 사실무근 및 허위 진술이라고 결론 내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게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다.
국정원은 2006년 탈북민 A씨가 잡지 기고 및 기자회견을 통해 5·18에 대한 북한특수군 침투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과 관련, 이는 일관성 없는 소문 수준의 첩보라고 평가했다. 당시 해상 및 전후방 지역 육상에 적 침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경계태세 또한 붕괴된 바 없으며, 간첩통신 증가 등 특이동향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자신이 광주에 직접 남파됐다가 계엄군과 교전 후 복귀했다고 주장하는 B씨에 대해서도 지난 2009~2010년간 직접 면담조사를 3차례 실시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했는데, 그 결과 B씨가 동향 출신 C씨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5·18에 참여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며, 특히 B씨는 최초 입국 당시 작성한 합동신문조서 확인결과 당시 조사 과정에서 5·18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기간(1980년 5월 18일~ 27일), 계엄군 총·칼에 숨진 민간인을 잠정 집계했던 숫자도 167명에서 166명으로 한명 줄었다. 이는 당시 방위병으로 출근 도중 계엄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사람을 민간인이 아닌 군 사망자로 분류한데 따른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9년 진상조사위 출범이후 4번째(중간보고서)이다. 진상조사위가 올해 연말 최종 국가보고서를 제작하기로 함에 따라 올 상반기 중간보고서가 사실상 마지막 일것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과제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 만에 미완의 과제들을 모두 규명해 중간보고서에 담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진태 5·18상임이사는 “조사위는 여러가지 한계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가해자들의 증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하고 전면적인 조사활동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면 조사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진상조사 과정의 충실성과 완결성을 지금쯤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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