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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인생에 늦은 때는 없더라”

by 광주일보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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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0대에 이룬 ‘문청’의 꿈
“많은 체험과 상상력 작품 속에 스며들어
꼼꼼히 읽었던 신문이 창작에 도움 돼
무엇이든 간절하면 문은 열리기 마련이죠”

중장년은 인생의 황금기다. 직장에서 은퇴를 했거나 퇴직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한편으론 삶의 연륜과 지혜가 빛나는 시기다. 이들은 대부분 ‘밥벌이’로서의 인생 1막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인생에 있어 늦은 때란 없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100세 시대, 중장년은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세대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잠시 꿈을 유예하거나 잊었더라도 꿈틀거리는 열망까지 버릴 수는 없다. 그러기에 중장년의 유쾌한 도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더욱이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도전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2022광주일보 신춘문예 부문별 당선자도 모두 40대 후반에서 60대 중장년이 뽑혀 화제다. 소설 박정수(63·V 난청), 동화 황경란(51·동물 환상국), 시 강희정(49·조퇴) 작가는 오랫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마침내 ‘신춘의 문’을 열어 젖혔다. 이들에게 글쓰기는 새해 벽두를 여는 희망의 문이 된 셈이다.

“나이 60을 넘기면서부터 등단에 대한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유명 신인상 몇 군데에 응모했지만 매번 떨어졌어요. 이러다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그 때문인지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노력했습니다.”(박정수)

“20, 30대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도전하고 실패하는 동안의 불안을 어떻게 감내하느냐 일 것입니다. 그 과정을 인내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젊지 않지 않을까 싶네요.(황경란)

“물론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러나 나이가 많기에 삶의 체험이 다양한 형태로 시에 스며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간접 혹은 직접 경험과 상상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지요.”(강희정)

박 작가는 청소년 시절의 꿈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였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과계열의 안정된 직장을 택했다. 전남대 통계학과 교수인 그는 마흔이 넘어 하고 싶은 것을 하려 소설 창작반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동적인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니, 소설은 허구이며 현실은 냉엄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그럼에도 그는 “어릴 적 생각은 늙지도 않는지, 자꾸 나를 잡아당겼다”며 “삶에서 이루지 못한 회한을 이야기 속에서 어루만지고 추슬렀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20년 넘게 해운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항상 ‘나를 위한 시간’을 꿈꿨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전업작가를 꿈꾸며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소속감이 사라진 채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간도 여전히 불안하다”며 “그러나 이 불안이 스스로를 깨어 있게 만들고 글을 쓰게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황 작가에게는 직장생활을 하며 꼼꼼히 읽었던 신문이 창작에 도움이 됐다. 신문을 오리고 붙이며 그 안에서 소재를 많이 찾을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신문을 읽다보니 “사회의 문제나 내 생각도 자리를 잡아가는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강 시인은 오랫동안 혼자 습작기를 보냈다. 어딘가에 응모를 하고 문학에 도전하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 이유였다. 용기가 생겨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 화순의 ‘첫눈 시빚기 반’이었다. 그곳에서 동인들을 만난 건 무엇보다 큰 행운이었다. 그는 “문학의 세계를 몰랐는데 어떤 용기가 숨어 있었는지, 돌이켜보니 그 용기 덕분에 지금에 이른 것 같다”며 “시작은 생각만으로는 할 수 없고 일단 발과 몸을 움직여야 뭐든 성취할 수 있다는 평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창작의 출발선에 선 3명의 작가들은 나이 들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든 간절하면 언제고 문은 열리기 마련이다. 대학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는 박 작가의 말은 한 번쯤 새겨들을 만하다. “무엇이든 5년 이상 정진하는 끈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든 사람은 젊은 친구들보다 여러 모로 느릴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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