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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호모 씨피엔스라? 호모 사피엔스를 잘못 봤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영어로 된 제목을 보고 나서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HOMO SEAPIENS’. 바다에서 일상의 지혜를 얻다라는 의미가 함축된 제목이다.
바다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문장을 말하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The ocean does not get wet by rain)를 꼽는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한번쯤 폭풍우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삶의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숙명이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바다의 생리이며 본질이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바다의 신비이기도 하다.
윤학배의 ‘호모 씨피엔스’는 신인류의 바다 인문학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바다와 관련된 공직생활을 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 등의 근무 경험은 서양의 문화, 그 가운데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용어나 지식 중에는 바다에서 연유하거나 관련된 것들이 많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바다에서 업로드한 세상 이야기’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중요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important’가 항만에서 파생됐다. 단어는 ‘im+port+ant’로 구성돼 있는데, im은 ‘안으로’라는 뜻이며 port는 ‘항만’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ant는 형용사를 나타내는 접미사다.
“항만 안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항만 밖에 있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값이 나가고 귀한 것들은 항만을 통해 들어와 항만 내에서 보관했다. 이 때문에 중요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항만 내에 있는 것들’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항해사가 기록하는 항해일지를 로그 북이라고 한다. 일지를 열어 기재하는 것을 ‘로그인’ 이라 하고, 반대로 북을 닫고 기록을 마무리하는 것을 ‘로그아웃’이라 한다. 이처럼 인터넷의 용어 대부분은 바다와 선박 항해에서 나왔다.
사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약 70%를 차지한다. 어떤 이는 지구(地球)라고 부르기보다 수구(水球)라고 부른다. 그만큼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역사를 보더라도 바다를 지배하는 세력이 세계를 지배했다. 그리스와 로마는 지중해를 매개로, 신대륙 발견 이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16~17세기), 영국(18~19세기)이 패권 국가였다. 물론 20세기에는 미국이 패권을 거머쥐었다.
바다는 무역과 경제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무역량의 99.7%가 바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항공기를 통하는 것은 소규모의 고가품에 지나지 않는다. 커피의 예를 들어보자. 원래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였다. 당시 세계 교역의 축인 중동의 예맨으로 건너갔고 이곳에서 중동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예맨의 커피 수출입 항구가 모카항이었고 여기서 모카커피가 탄생했다.
또한 바다 관련 직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해운의 중심지 런던에는 해상 법률가, 회계사, 금융인뿐 아니라 선박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전문가 등이 있다. 국제 분쟁 시 이를 해결하는 중재인들도 세계 시장에서 활동한다. 여러모로 바다는 인류에게 소중한 보고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도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고. <생각의 창·1만6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바다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문장을 말하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The ocean does not get wet by rain)를 꼽는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한번쯤 폭풍우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삶의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숙명이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바다의 생리이며 본질이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바다의 신비이기도 하다.
윤학배의 ‘호모 씨피엔스’는 신인류의 바다 인문학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바다와 관련된 공직생활을 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 등의 근무 경험은 서양의 문화, 그 가운데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용어나 지식 중에는 바다에서 연유하거나 관련된 것들이 많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바다에서 업로드한 세상 이야기’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중요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important’가 항만에서 파생됐다. 단어는 ‘im+port+ant’로 구성돼 있는데, im은 ‘안으로’라는 뜻이며 port는 ‘항만’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ant는 형용사를 나타내는 접미사다.
“항만 안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항만 밖에 있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값이 나가고 귀한 것들은 항만을 통해 들어와 항만 내에서 보관했다. 이 때문에 중요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항만 내에 있는 것들’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항해사가 기록하는 항해일지를 로그 북이라고 한다. 일지를 열어 기재하는 것을 ‘로그인’ 이라 하고, 반대로 북을 닫고 기록을 마무리하는 것을 ‘로그아웃’이라 한다. 이처럼 인터넷의 용어 대부분은 바다와 선박 항해에서 나왔다.
사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약 70%를 차지한다. 어떤 이는 지구(地球)라고 부르기보다 수구(水球)라고 부른다. 그만큼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역사를 보더라도 바다를 지배하는 세력이 세계를 지배했다. 그리스와 로마는 지중해를 매개로, 신대륙 발견 이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16~17세기), 영국(18~19세기)이 패권 국가였다. 물론 20세기에는 미국이 패권을 거머쥐었다.
바다는 무역과 경제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무역량의 99.7%가 바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항공기를 통하는 것은 소규모의 고가품에 지나지 않는다. 커피의 예를 들어보자. 원래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였다. 당시 세계 교역의 축인 중동의 예맨으로 건너갔고 이곳에서 중동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예맨의 커피 수출입 항구가 모카항이었고 여기서 모카커피가 탄생했다.
또한 바다 관련 직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해운의 중심지 런던에는 해상 법률가, 회계사, 금융인뿐 아니라 선박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전문가 등이 있다. 국제 분쟁 시 이를 해결하는 중재인들도 세계 시장에서 활동한다. 여러모로 바다는 인류에게 소중한 보고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도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고. <생각의 창·1만6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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