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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여수 고교생 실습생 빈소 표정] “물 무서워하는 아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바다에 들어갔겠나”

by 광주일보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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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버티면 정규직된다 했는데
어두운 바닷속 고통 가슴 찢어져”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지난 8일 찾아간 여수시 여천전남병원 장례식장 고(故) 홍정운(18)군 빈소는 유족들과 친구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영정 속 홍군의 얼굴은 앳된 10대 소년이었다. 아버지 홍성기씨는 “아들 영정 사진은 9일 치러지는 선박 관련 자격증 시험을 위해 찍은 것”이라며 “함께 목포 시험장으로 가려고 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군은 자신의 요트에 손님을 태우고 바다로 나가는 꿈이 있었다고 했다. 특성화고 해양레저학과를 선택한 것도, 요트업체 현장실습생으로 간 것도 자신의 꿈에 조금 빨리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버지 홍씨는 “3개월만 버티면 정규직 된다고 했었다”면서 “물을 무서워하는 아들이 왜 그 일(수중 따개비 제거)을 했을까”라고 울먹였다.

수중작업은 홍군의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는 없는 일이었고 10대 청소년에게는 금지하는 일이기도 했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실습생’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남매 중 셋째지만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아들이었다고 했다. ‘요트 맨’이라는 꿈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들어가는 60~80만원의 비용을 자기 힘으로 마련하기 위해 적정 근무시간조차 훌쩍 넘기면서까지 현장에 있다가 퇴근하는 것도 참아냈다고 한다.

홍씨는 “출퇴근시켜주다가 아들이 요트업체 사장에게 호되게 혼나는 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함께 아르바이트 했던 친구들은 힘들어서 모두 그만둬도 끝까지 버텨내 현장실습생이 됐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홍씨는 “아들이 물을 무서워해 학교에서 실시했던 스킨스쿠버 교육과정도 중도에 포기했다”면서 “그런데 수영복을 찾으니 불안하더라”고 했다.

이어 “얼마나 간절했으면 물을 무서워 하는 아이가 12㎏짜리 납 벨트를 차고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했겠냐”며 자책했다.빈소를 지켰던 20여명의 학교 친구들은 “물을 무서워 하는 정운이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힘들어 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수=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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