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일제를 빛낸 사람들’ “박정희 폄하 악의적 선전물”
재단 “전시 중단 없다”…예술인들 “예술탄압 중단하라” 성명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의 전시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광주비엔날레 등에 따르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최근 광주비엔날레에 전시중인 이상호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417×245㎝)이 ‘악의적 정치 선전물’이라며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우편물을 발송했다. 이 작품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과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수록자 등 92명을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도 포함돼 있다.
이 작가는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새날이여’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재단은 특정 단체의 중단 요구와 관계없이 비엔날레가 끝나는 오는 5월 9일까지 전시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지역 예술인들도 성명서를 내고 전시중단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비엔날레재단 뿐 아니라 행사 후원기관, 광주시 등 우편물을 발송한 박정희기념재단 측은 “이상호 화가의 작품이 박정희 대통령과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들을 왜곡·폄훼하고 있다”며 “광주비엔날레가 끝까지 작품을 전시하면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엔날레재단 관계자는 “전시 내용은 예술감독의 고유 영역이고 작가들의 창작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전시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인 260명은 21일 ‘박정희 기념재단은 예술표현의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친일 단죄 작품은 역사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예술적 활동이다”며 “세계적인 광주비엔날레 미술축제를 탄압하지 말고 전시 중단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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