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섬들 힐링 관광의 새 아이콘 떠올라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에 편의시설도 완비
곳곳 연륙교 개통 …이제, 배 아닌 차로 이동
보라색 퍼플섬 등 개성 만점 세계 언론 ‘주목’
전남의 섬들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라색 가득한 퍼플섬 반월·박지도,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 사시사철 꽃으로 가득한 선도(수선화)·도초도(수국)·병풍도(맨드라미), 반려동물의 섬 우이도 등 신안의 1004개 섬들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여기에 애메랄드 해변과 해안 송림으로 유명한 진도 관매도, 1조5000억원이 투입돼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여수 경도, 예술에 정보통신기술을 가미해 스마트 섬으로 거듭나려는 고흥 연홍도, 낙지목장이 들어서는 무안 탄도 등 서남해안의 섬들도 각각의 색을 더하며 반짝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섬의 소중함에 눈을 뜬 전남도와 시·군이 각각의 섬 자원과 특징에 아이디어, 민간자본 등을 더하면서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디지만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연도교가 속속 들어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과거에 비해 보다 쉽게 섬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외부의 자극’도 섬에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에 편의점, 화장실 등 편의시설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섬이 수준 높은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여수 돌산에서 고흥 영남까지 11개 해상 교량으로 연결한 도로인 ‘백리섬섬길’은 코로나 19로 접촉과 만남이 어려워진 최근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로 지나치면서 전남 해안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고, 밀접을 피해 거리를 두면서 식당 등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여 명의 주민 모두가 고령자인 여수 둔병도의 경우 주말에는 100여 명 이상의 외부인들이 찾아 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섬 주민들은 어촌뉴딜 300 사업을 통해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을 짓고, 섬 전통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여수와 고흥을 연결하는 ‘백리섬섬길’의 연도연륙교 가운데 여수시의 4개 섬, 조발도, 낭도, 둔병도, 적금도 등을 잇는 사업은 지난 2011년 12월 착공했다. 3908억원이 투입돼 9년만인 지난해 2월 개통했으며, 화태에서 백야까지 4개의 교량이 오는 2028년 완공돼야 비로소 완전한 ‘길’이 된다. 아직 7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나마 화태~백야는 압해~화원과 함께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 포함돼 정부 예산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돼 가능했다.
전남도는 지난 1996년부터 5조273억원으로 국도 33개, 지방도 9개, 기타 20개 등 62개의 다리(연장 52.3km)를 놓았으며, 현재 국도 10개, 지방도 1개, 기타 1개 등 12개의 다리(29.1km)를 설치중이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6조3981억원이다. 전남 연안의 섬들을 완전히 잇기 위해서는 앞으로 41개의 다리(85.3km)가 더 필요하다. 8조249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경제성’이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섬 주민의 안전과 편의 증진, 접근성 향상을 통한 섬의 재도약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이며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지부진한 흑산공항의 착공 등 새로운 접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섬의 정착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도 전남도의 고민거리다. 지난 2005년 8만3137세대 20만772명으로, 20만명을 간신히 유지하다가 2008년 7만2970세대 18만9852명, 2020년 12월 현재 8만7900세대 16만5415명으로 인구는 계속 감소세다. 2165개의 전남 섬 가운데 유인도는 381개로, 이 가운데 인구 10명 미만의 섬이 36곳에 이르고 있다. 무인도의 증가는 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위협하는 또다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향토사학자 김정호가 50년 전인 1971년 전남지역 250여 개의 섬을 답사한 기록을 담은 ‘섬, 섬사람들(1991)’에 따르면 1970년대만 해도 전남지역에 평상시 갈 수 없는 유인도는 118곳에 달했다. 이들 섬에는 봉화가 의사소통수단이었다. 지금은 무인도인 노대도에는 4가구 35명이 살았고, 섬 주민은 이웃 섬에 갔다가 되돌아올 때면 배를 보내달라고 봉화를 올렸다고 한다.
섬 주민들은 언제나 부족한 물과 식량에 궁핍했고, 비싼 물가에 미흡한 기반시설 탓에 자식들은 무조건 뭍으로 보내려 했으며, 자신도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떠나지 못한 자들은 남아서 그들만의 고유한 풍습을 만들었다. 뭍에서는 거의 사라졌던 당제(堂祭), 풍장(風葬)의 또다른 형식인 초빈(草殯), 돌담 등이 대표적이다. 개발의 광풍이 뭍을 휘감았던 1970년대까지도 섬은 미지의 세계인채로 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의 섬이 그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내재하면서 외지인들이 보다 쉽게 찾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면밀한 검토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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