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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극단이야기 꾼’ 박화선 대표] “주민이 배우…연극으로 동네 이야기 들려드려요”

by 광주일보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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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1동 마을해설사·주민 20명 지난해 극단 결성 주말마다 연습
마을 전설·설화 등 엮은 3편 유튜브에 송출…올해 2기 단원 모집

‘해설사와 함께하는 연극’에 출연한 ‘극단이야기 꾼’ 단원들. <박화선 대표 제공>

1900년 어느 날, 새우젓장수 모자가 지응현 선생 집(담양 대전면 중옥리)에 머물렀다. 이들은 짐을 맡기고 잠깐 다녀오겠다며 나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았다. 지 선생은 모자가 맡긴 짐에 담겨있던 새우·쌀 등을 팔아 돈을 갖고 기다렸다. 물건이 상할 것을 염려한 듯 하다. 하지만, 모자는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지 선생은 그들이 떠난 10월 15일을 기일로 보고 매년 모자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주게 됐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병천사 앞뜰에 있는 제하상(祭鰕商·새우젓장수) 모자비(母子碑)에 얽힌 전설이다.

금호동 주민들이 이같은 마을 전설과 재미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알리고자 무대에 올랐다. 금호1동 마을해설사 6명과 주민 14명이 모여 지난해 6월 ‘극단이야기 꾼’을 결성한 것이다.

박화선 대표

박화선(여·43) 극단이야기 꾼 대표는 “금호동에 재미있는 마을 이야기가 많은데, 주민들조차도 잘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우리 배우들도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 하곤 한다”며 웃었다. 그는 “연극 무대를 이용하면 주민들뿐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마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모두 금호동 주민들이며, 연령대도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연극 무대에 서 보는 건 처음인데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달씩 연습을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들은 열정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매주 토·일요일이면 모여서 연습을 합니다. 한 분은 연습 중간에 경기도로 이사를 가셨는데, ‘본인이 빠지면 연극이 안 된다’며 주말마다 먼 길을 달려 찾아오시곤 했지요.”

박 대표 등 마을해설사 6명은 스태프로 참여했다. 이들은 연출·조명기법을 틈틈이 배워 무대를 꾸몄고, 박 대표도 대학 시절 연극영화과 전공을 살려 대본을 새로 썼다.

지금까지 극단이 준비한 연극은 3편으로, 각각 병천사 비석 이야기, 운천사 마애여래좌상 전설, 불전사물 중 ‘목어’이야기다. 극단은 3개 연극을 묶어 최근 첫 무대 ‘해설사와 함께하는 연극’을 공연하고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연 극장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관객 없이, 영상으로 촬영해 모두가 볼 수 있게 하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첫 공연을 예술의거리 예린소극장에서 했는데, 10명 이상 모일 수가 없었어요. 한 장면을 찍으면 배우들이 우르르 나가 다음 배우와 바톤 터치를 하는 식이었죠.(웃음)”

박 대표는 “‘2020년에 한 일은 연극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을 만큼, 함께 해 준 단원들 모두 우리 마을 이야기에 푹 빠졌다”며 “코로나19로 부쩍 답답해진 삶에 활력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극단은 올해 2기 단원을 새로 모집하고, 또 다른 마을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만호마을’ 이름이 만석꾼이 많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등, 재밌는 이야기가 아직 많이 있다”며 “다음 무대에서는 꼭 관객들과 만나 생생한 마을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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