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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코로나가 바꾼 수능 풍경] 떠들썩한 응원 사라지고…철저한 방역 속 차분한 수능

by 광주일보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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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광주시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인 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입실 전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994년도 수능 도입 이후 사상 처음 12월에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광주·전남 각 시험장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년 학교 선생님과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고사장 앞은 수험생을 태운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고사장에 들어가는 아들 딸의 뒷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들, 입실 마감시간에 쫓겨 경찰 오토바이를 탄 채 고사장으로 달려가는 수험생들의 모습은 여전히 연출됐다. 시험 전날 여관에서 자고 친구들과 김밥을 사먹으면서 원정 수능에 나선 섬마을 수험생들의 애잔한 도전도 되풀이 됐다.

◇ 코로나로 바뀐 ‘수능 풍경’ = 3일 오전 6시 30분 수능 고사장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덕고등학교 앞은 수험생을 태운 차들이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도착했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 아들이 차에서 내려 길 건너 교문으로 향하자 운전선 창문을 내린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화이팅’이라는 말을 건넸다. 또 다른 학부모도 수험생을 내려주며 ‘부담 갖지말고 해. 집에서 기다릴게’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매년 학교 교사들과 후배들이 수험생들의 수능 고득점을 응원하기 위해 음료수·간식 등을 마련해 놓고 응원을 하는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시교육청이 시험장 앞 응원을 금지하고, 학부모들에게도 교문 앞에서 대기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은 차량을 이용해 고사장을 찾았다. 차량에서 내리면서 가족과 짧게 포옹을 한 뒤 조용히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줄지어진 차량 행렬 때문에 수험생의 뒷 모습을 바라볼 겨를도 없이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귀가하기 바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이 가장 몰렸던 오전 7시 30분 전후로는 자녀를 시험장에 데려다 주러 온 차량으로 광덕고 앞은 수백 미터 가량 승용차가 늘어서는 등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학교 앞에 배치된 교통경찰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교통을 정리하느라 혼신의 힘을 쏟았다.

자녀와 함께 내린 한 학부모는 “코로나 때문에 아들만 내려주고 가려고 했는데 막상 수험장으로 향한 아들을 보니 덩달아 내리게됐다”면서 “올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혼자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힘들어했는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간절한 학부모, 지각 수험생 여전 =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수능은 수능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수험생 자녀와 두 손 꼭 잡고 고사장 까지 동행해 응원하는 학부모의 모습은 간간히 눈에 띄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고사장 앞에서 포옹을 하고 응원의 말을 전하고 수험생을 들여보냈지만, 교문 밖에서 멀어지는 수험생의 뒷 모습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재수생인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도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친구 3명은 내년 2월 의경 제대에 앞서 수능을 치르는 친구를 위해 고사장인 광덕고를 찾아 ‘수능대박’을 외쳤다.

수능지각생들도 여전했다. 지각하거나 수험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송지원도 긴급하게 진행됐다.

광주지방경찰에 따르면 수능 당일 입실시간에 쫓기는 수험생 9명의 수험장 입실을 지원하는 등 수능 관련 총 11건의 도움을 요청받았다.

오전 7시45분께 112로 수험표를 두고 왔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수험생의 자택인 북구 용봉동 근처에 있던 경찰 오토바이는 수험생의 수험표를 서구 화정동의 고사장까지 배달해줬다.

이날 제23시험장인 상일여고에서는 시험을 보기 직전 A양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상무병원으로 이송돼 그곳에서 시험을 치렀다. 

 

코로나 수능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최초로 가림막 책상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올해도 ‘수능원정’은 여전 = 전남 섬 지역 고3 수험생들의 뭍으로 나가는 1박 2일 원정수능은 올해도 되풀이 됐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원정 수능 길에 나선 전남지역 수험생은 7개 고등학교 152명이다. 학교별로는 신안 도초고 62명, 임자고 7명, 하의고 4명, 진도 조도고 14명, 여수 여남고 21명, 완도 노화고 34명, 금일고 10명 등이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지난 2일 신안 도초고 학생 16명은 오전 10시께 도초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거리의 목포 북항으로 향했다. 도초고는 학생 대다수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이지만, 올해의 경우 수능을 앞두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목포 등 육지에 집을 둔 학생을 제외한 도초도 주민 16명만 배에 몸을 실었다.

학생들은 목포 용당동의 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른 시간인 새벽 5시께 일어나 차 3대에 나눠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엄마가 싸주는 따뜻한 도시락 대신 숙소 인근 분식집에서 김밥을 포장해 가방에 담아야만 했다.

섬마을 학생들의 원정 수능은 섬 지역에 수험장이 만들어질 경우 시험 당일 배편을 이용해 시험지를 운송·배부·회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1개 수험장에 한 학교 수험생 비율이 4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김장홍 도초고 교장은 “올해는 다행히 날씨가 좋아 쾌속선을 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3시간이 가까이 걸리는 농협수송선을 타야 했다”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생들이 올해는 코로나로 등교를 못하면서 학업에 많은 지장이 있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수험생활을 해온 학생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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