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남평읍 ‘은행나무 수목원’이 한국관광공사의 ‘2020년 가을 비대면 관광 100선’에 선정됐다가 취소됐다. 주민 갈등 때문이다.
지난 주말, 나주시 남평읍 은행나무수목원 주차장에는 승용차 수십대로 가득찼다. 핫플레이스임을 실감하게 했다.
수목원은 좁은 농로길을 따라 200m가량 지나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수목원 안쪽에도 은행나무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관광객들은 은행나무길에서 연신 사진 촬영을 하며 추억을 새기고 있다.
은행나무수목원은 지난 2015년 사진작가들이 이 곳을 찾아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연간 약 20만명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각, 주차장 입구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인 ‘남평 은행나무수목원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수목원을 위해 혈세를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나주시가 사유지인 수목원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최근 나주시에 ‘수목원 지정 이유’, ‘수목원 내 카페를 허가한 이유’, ‘수목원 진입을 위한 농로 확장공사와 공용주차장 조성 근거’, ‘수목원이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명소 100선에 포함된 이유’ 등을 질의했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농로 확장공사 중단’, ‘50년 전 농민들이 울력으로 만든 농로에 심은 은행나무를 제거할 것’, ‘지난 4년간 농사 피해 실태 조사와 보상’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국비와 시비 등 세금으로 개인의 영업을 돕는 것은 특혜”라며 “진행 중인 농로 확장공사를 중단하고 수목원이 사비로 확장공사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수목원 측은 ‘영업 방해’라며 반발했다.
황인철 은행나무수목원 대표는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풍광마을 주민 이모씨와의 주먹다짐에서 시작됐다”며 “이씨가 지난해 수목원 입구를 수차례 트랙터로 막아 관광객 통행을 방해하며 500만원을 요구해 줬는데 올해 또 다시 수목원 주차장 출입구를 트랙터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수목원 주차장 입구는 풍광마을이 아니라 광촌마을에 속하는데 비대위 측은 남의 동네에 와서 길을 막고 있는 억지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목원 사태는 주민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광촌리 주민들은 수목원 진입도로 확포장 사업을 환영하면서 비대위 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촌리 마을주민 A씨는 “사유지일지라도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자체의 주요 사업”이라며 “도로 확장과 주차장 설치 등 관광지 주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주민 갈등으로 번지자, 나주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수목원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해 마을도로가 마비될 정도”라며 “주민들이 진입로 확장공사와 주차장 개설을 요구해 국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면 주민들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일자리 창출, 농산물 판매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것은 모두의 손해”라고 지적했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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