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빈현준 호남지방통계청장
급변하는 경제 사회 속 모든 정책 기초 자료, 통계 갈수록 중요
젊은층 유출 심각한 호남, 청년 안착할 수 있는 일자리 확대 필요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빈현준 호남지방통계청장
나이팅게일은 그저 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서에 등장하는 인물 정도로 알고 있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크림 전쟁(1853~1856년,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영국·프랑스·사르데냐 연합군 간 전쟁) 당시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코스탄티니예에서 간호사로 일했는데, 영국군의 전사자와 부상자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부상이 아니라 치료나 병원의 위생 상태에 의해 사망했음을 통계로 정리했으며, 그녀의 노력 덕분에 영국군 부상자의 사망률이 40%대에서 2.2%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녀가 영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작성한 그래프, 장미 도표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858년 영국 왕립 통계 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녀는 통계학에 대해 “오직 통계만이 국가를 바로 이끌 수 있다. 우리는 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통계학을 공부해야 한다. 통계학의 힘으로 신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집단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양적·질적 기술(量的·質的 記述)을 반영하는 숫자를 통계라고 한다. 통계는 사회의 발전과 함께 발달해왔는데, 표본 조사나 전수 조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확률·비율·대푯값·분산·표준편차 등으로 분석해 누구나 알 수 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성자·작성 시기·작성 방법·대상·대상의 존재 장소 등에 따라 그 신뢰도나 정확도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또 통계 조사 시 조사자와 피조사자 사이에서의 질문·응답 역시 매우 중요하다.
매일 수없는 현상들과 마주하면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이 정부기관인 통계청의 조사 결과다.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 통계를 책임지고 있는 빈현준 호남지방통계청장을 만났다. 200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진주가 고향이며, 전공은 인류학으로, 지난 1월 27일 부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호남지방통계청은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통계청 산하 5개 지방통계청 가운데 하나다. 광주, 전남·북 및 제주지역을 포괄하는 지역통계 센터로, 국가통계생산과 지역정책에 필요한 지역통계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가구조사, 사업체조사, 농어업조사 등 3가지 분야의 통계 조사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분석, 발표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정책 개발에 필요하거나 지자체가 원하는 통계도 생산하고 있다.
= 통계, 왜 중요한가.
▲통계는 급속도로 변하는 경제·사회 환경 속에서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기초자료일 뿐 아니라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로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복잡한 현상들을 간단한 수치 몇 가지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이 통계다. 고용률·실업률 등 몇 가지 지표만으로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유용한 도구다. 예를 들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자금 지원을 하는데 있어 실제로 얼마를 어떻게 지원해야 올라가는지 통계적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산의 절감과 정책의 정교한 수립, 근거에 기반한 정책의 집행이 가능해진다. 다만 아직 통계가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만이 강조되고 있어 정책의 정교한 수립을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통계적으로 사전에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될 필요가 있다.
= 매일 통계와 마주할텐데, 최근 가장 인상 깊은 통계는.
▲지난 6월 13일 ‘호남·제주지역 사회지표로 본 청년의 삶’이라는 기획 자료를 낸 적이 있다. 결혼, 가족, 일자리 등에 관해 이 지역 청년들의 생각이 과거 10년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광주만 살펴 보면 결혼에 대한 긍정 비중이 10년 전에 비해 감소한 반면, 비혼 동거에 대한 동의 비중은 증가했다. 결혼 후 자녀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늘었고, 그와 맞물려 자녀 입양 의사도 감소했다. 이 통계 전반을 요약해 보면, 청년들이 개인의 삶과 행복에서 결혼이나 자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청년층 1인 가구의 증가,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신설될 예정인 인구전략기획부에서도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에 주목해 정책을 꼼꼼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호남의 통계가 다른 지역의 그것과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면.
▲인구 고령화 및 지방소멸 현상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호남에서는 이를 가속화시키는 요소가 있다. 우선 도시거주 인구비율이 경상·충청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인구의 순유출은 20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반면, 60대에서는 광주를 제외하고는 순유입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이나 직장 등의 문제로 젊은이들은 나가고 귀농·귀어하는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청년 순유출, 귀농어 및 귀촌 등 인구이동에 관한 분석과 생애주기에 따른 연령층 통계를 제공해 지자체들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호남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젊은층이 교육·직장 문제로 유출된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소비층인 20~50대 사이 인구가 줄어들면 잠재 성장력도 낮아지기 때문에 이들이 지역 내에서 안착할 수 있을만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이 살기 편한 여건을 만들고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가 증가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이 지역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공감한다. 최근 지방시대위원회의 부산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국가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것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좁은 국토에서 서울, 수도권만 공간적으로 집적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제 동기들도 서울에서 출퇴근에 3~4시간씩 쓰며 살다가 세종시로 대부분 이사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방에 분산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통계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고 한다. 지금 주목하고 있는 통계는.
▲고용통계다. 고용통계는 한 해 우리나라 총생산에 투입된 노력량을 통해 경제의 성장과 하락 등을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개인·가구의 입장에서 일자리는 소득의 원천이자 가구 생활의 근간이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여성의 고용률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설명해 주는 통계다. 이처럼 매월 고용변화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변화가 향후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통계가 실제 느끼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지난해보다 두 배는 오른 것 같은데 물가는 고작 2~3% 상승했다고 하니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괴리감은 물가 통계가 일부 품목만 가지고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458개 품목에 대한 평균값으로 산정되다 보니 발생한다. 다만 통계청도 이러한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 장바구니 물가를 반영할 수 있는 별도 통계를 공표하고 있다. 또 배달비처럼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품목에 대해서 물가에 반영해 좀 더 국민 모두의 체감과 가깝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앞으로 어떨 것 같은가.
▲5% 이상 뛰던 물가는 최근 들어 2% 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최근 2개월 간의 고용 상황은 연초에 비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연일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산업 생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상승 등을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간의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의 어려움도 잘 이겨낼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망설이며)말해도 될 지 모르겠다. 재무설계사 자격증 공부를 위해 책을 보고 있다. 50세가 넘어가니 은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늦게 결혼해 5세의 자녀가 있어 연금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 오는 8월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성공적인 투자가 있다면.
▲결혼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 가장 성공적인 투자이다.
다소 늦은 나이(44세)에 가정을 이루었지만, 늘 집에 가면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함을 느낀다. 비록 직장이 광주에 있어 최근 5개월은 주말에만 만나지만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지내는 주말이 저에겐 더없이 큰 행복이다. 운동에 대한 투자도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15년 정도 탁구를 쳤다. 당연히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해 왔다. 탁구를 통해 직장내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업무 스트레스도 잠시 잊을 수 있어 집중도 더 잘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탁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건강은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서 동료들에게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관심 있는 은퇴 설계, 재무 관리 등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직원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필요성이나 방법을 몰랐던 직원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것 같다.
=광주에서 6개월 정도를 살았다. 광주는 어떤 도시인가.
▲음식이 너무 맛있다. 광주에서 체중이 꽤 늘었다.(실제로 과거 사진과 그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도시 규모나 구조는 제가 살고 있는 대전과 유사하다.(빈 청장은 주로 광주의 신시가지에 해당하는 상무지구를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 다만 도로공사를 너무 오래 곳곳에서 하고 있어서 걷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장마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께 통계조사에 성실히 응답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울러 어려운 조사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조사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우리나라는 1인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사생활에 대한 보호의식이 강해지면서 현장조사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요한 정책의 바탕에는 통계가 반드시 깔려있고, 그 통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시간을 내 응답해 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바탕이 되고 있다. 직원들이 통계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따뜻한 미소와 함께 적극 협조해 주셨으면 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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