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1. 양동구 광주지방국세청장
편집자주
올해로 창사 72주년을 맞은 광주일보는 ‘지역개발의 기수가 된다’는 사명 아래 광주·전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제인들을 만나 지역 경제 살리기 해법, 나만의 투자 등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 ‘먹고 사는’ 문제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지역 경제의 기반이 되는 기업, 기관, 단체 등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제공한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채근담(菜根譚)에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세금을 걷어 나라살림을 조달하는 국세청은 4대 사정기관에 포함된다. 법이 정하는 권한을 갖고 추상 같이 세금을 징수하라는 의미다.
지난 6월 26일 오후 만난 양동구 광주지방국세청장의 모습은 마치 봄바람 같았다. 부드럽고, 유연했으며, 설득력을 가졌다. 호남권 국세 징수의 총책임자인 그의 고향은 순천이며, 1987년 세무대에 들어가 지금까지 37년 4개월간 공직에 머물렀다. 오랜 시간 강함과 엄격함으로 상대를 대하고, 그것을 넘어서야 가질 수 있는 너그러움과 세련됨을 겸비하며 누구나 오를 수 없는 고위직에 올랐을 것이다.
그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1년간 자리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당시의 기억을 가장 행복하게 간직하고 있다.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자신이 쌓아올린 지혜와 경험을 순수하게 전할 수 있었고, 젊은 그들과의 소통법을 일깨워준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세금 징수의 최고 전문가, 양동구 청장이 전하는 지역 경제에 대한 조언, 절세 방법, 자신의 성공적인 투자 등을 솔직하게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세청은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간단히 설명한다면.
▲나라살림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는 기관이다. 세금을 잘 걷어서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 세금을 복지, 기반시설, 교육, 국방 등에 투입한다. 요즘은 복지에 정부 재정의 30% 이상이 쓰인다.
= 국세청을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다.
▲국세청에서는 크게 4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납세의 편의를 제공해 쉽고 편리하게 세금을 신고하고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생 경제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어려운 기업에게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징수를 유예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일을 해도 소득이 낮은 경우 근로장려금을 지원해준다. 세 번째로는 공정과세를 실현한다. 세금을 신고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 또는 변칙적으로 탈루하는 기업·개인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해서 추징하고, 체납하는 경우 철저하게 받아낸다. 마지막으로 밖으로는 기업인들과 만나 어려운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해 국세 행정에 반영하고, 직원들의 행복이 곧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소통에 힘쓰고 있다. 결론은 ‘국민의 국세청 신뢰받는 국세 행정’이다.
= 너무 길었다. 세금을 보면 경제가 보인다고 한다. 호남의 세금 징수 추이를 설명한다면.
▲맞는 말이다. 지역 경제가 잘 돌아가면 당연히 세금은 더 걷힌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광주지방국세청의 관할구역인 광주·전남·전북의 최근 3년 성적표는 썩 좋지 못했다. 2021년 16.1조원이었던 세수는 2022년 15.1조원, 2023년 13.8조원까지 내려앉았다.(이 기간 전국 세수는 2021년 344.4조, 2022년 384.2조, 2023년 335.6조의 추이를 보였다)
=광주지방국세청의 세금징수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좀 뜻밖일텐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정유공장들이 내는 교통세로 무려 4조원 이상이 걷힌다. 호남 세수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유류세 인하로 조금 감소했다. 호남은 건설업 비중이 높아 그 흐름에 따라 경기가 달라진다. 지난해부터 건설업이 썩 좋지 못해 걱정이다. 관련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하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자. 양 청장께서는 자타공인 세금 전문가다. 솔직한 절세 기법을 알려달라.
▲(이를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다. 지금은 우리나라 징수 시스템이 워낙 좋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다. 모든 소득은 다 포착이 되고 누락되면 가산세를 더 추징한다. 제 때 신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세무사, 회계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고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자 제도를 이용해 볼 것도 권장한다. 절세를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절세 방법은 모두 유튜브에도 올려놓기 때문에 구독 신청을 하면 좋은 정보를 수시로 받아볼 수 있다.
=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언을 한다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무조건 제조업의 유치다.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을 곳곳에 자리하게 해야 한다. 유감스럽지만 이 지역의 제조업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과거 수도권 위주로 제조업들이 들어섰고, 대전까지는 꽤 진출해 있으나 호남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 자신이 한 투자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은.
▲사람에게 한 투자다. 사람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사람 장사가 남는 장사다.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로 있으면서 신규 직원 대상 3개월 교육을 맡은 적이 있다. 이 제자들이 성장해서 주요 보직에 있는 것을 보면 보람되고 자긍심도 갖게 된다. 지난해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시절 MZ세대와 소통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됐는데, 그 덕분에 지금 조직 관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기 아닌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그동안 갈고 닦은 전문지식으로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더 수준 높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춰야 할 것 같다.
= (꼰대라고 하겠지만)MZ세대에게 마지막 조언을 한다면.
▲지금 젊은 사람들은 우리 세대보다 대단히 우수하다. 배움도 깊고 실력도 뛰어나다. 정보 습득력이 대단하고 공부량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동료·이웃과 관계를 맺고 배려하고, 나누며, 공동체 안에 녹아들 것을 권유하고 싶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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