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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기자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경비원 쉴 곳이 없다

by 광주일보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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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설치 의무전 주택들, 공간 부족 등으로 없거나 지하에 설치
좁은 경비 초소서 숙식 해결…에어컨도 없어 벌써부터 ‘여름 걱정’

광주시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 경비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휴게실이 따로 없어 좁은 경비 초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시행이 1년 넘게 지났음에도 광주지역 공동주택 휴게시설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역 공동주택의 노후가 심각해 시설개선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휴게시설 확충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광주시에는 총 1260단지, 45만 6298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중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경과한 노후아파트는 673단지, 21만 1945세대로 광주 지역 아파트의 절반 가량이 해당된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20년 이상 된 광주지역 노후아파트 10곳을 돌아본 결과 의무설치 기준을 충족한 휴게시설은 2곳에 불과했다.

29일 오전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비가 오는데도 외부 작업을 해 온몸이 젖었지만 옷을 말릴만한 휴게공간이 없어 곤란해 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법건법 개정으로 지난해 부랴부랴 휴게실을 설치했지만 지하에 있는데다 시설이 열악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경비원들은 좁은 경비초소에서 몸을 닦거나 외부 목욕탕을 찾는다고 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오래된 아파트다보니 여유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지하에 휴게실을 마련했다”면서 “경비원들이 불편해하는 걸 알고 있지만 개선하는데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봉선동의 또 다른 아파트 역시 청소원 휴게실이 지하에 있다. 각종 청소 도구와 사다리, 버려진 가구 등이 가득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어두컴컴한 지하에 휴게실로 쓰이는 컨테이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하에 마련된 휴게공간들은 ‘인체에 해로운 분진 등에 노출되면 안된다’, ‘창문 등을 통해 환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아 좁은 경비초소에서 쉬어야 하는 노후아파트들이 대다수다.

지난 1987년 지어져 385세대가 거주하는 봉선동 한 아파트에는 경비원 휴게실이 따로 없다. 경비원들은 휴식시간에도 좁은 경비초소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경비초소에는 에어컨만 최근 설치됐을 뿐 바닥면적이 6㎡가 되지 않고, 식수시설 등 의무 설비들이 없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경비 일을 하고 있다는 이모씨(74)씨는 “너무 좁아서 웅크리고 자야한다”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오죽하면 지난 겨울에 직접 솜이불을 챙겨와서 꽁꽁 싸매고 있었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남구 백운동의 한 노후아파트에서 7년째 경비원을 하고 있다는 오모(71)씨는 “에어컨이 고장나 떼어갔는데 새로 설치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말에도 29도까지 올라 힘들었는데,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휴게시설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경비원들은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하면, 주민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충분히 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비원 김모(70)씨는 “휴식시간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주민들이 ‘쓰레기 좀 치워달라’, ‘집에 전구 좀 갈아달라’고 한다”며 “심지어 전기세 아깝다며 지나갈 때마다 조명과 텔레비전 전원을 모두 꺼버리는 주민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광주시와 자치구들은 노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휴게실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휴게실이 지하에 설치됐거나 의무 설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불량 휴게소 시설에 대해 증축 및 개보수를 할 수 있도록 2000만원 이내의 보조금(보조금80%, 자부담20%)을 지급한다.

한편 지난 202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상시근로자가 20명 이상이거나, 2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현장, 한국표준직업분류상의 7개 직종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건물 경비원, 전화 상담원, 돌봄 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를 2명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휴게시설은 바닥면적 6㎡ 이상, 천장까지의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한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기능, 창문을 통한 환기시설, 식수 설비도 갖춰야 한다. 다른 목적으로 활용돼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해·위험 장소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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