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0㏊ 전국 최대 상록수 조림지
캠핑·트래킹 핫플레이스 자리매김
전남도 ‘겨울철 걷고 싶은 숲길’ 최우수상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갑진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설 명절이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순 없겠지만, 대신 알찬 계획들로 채워 넣을 수는 있다. 나흘간의 연휴를 만족스럽게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축령산 겨울 산행’을 추천한다.
◇전국 최대 규모 인공 조림지, 장성 축령산 편백숲=장성 축령산의 명성을 높인 아이템은 ‘편백나무’이다.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루면서 펼쳐진 1150헥타르(ha) 규모의 축령산 상록수 숲은 전국 최대 규모 조림지로 꼽힌다. 한국전쟁 직후 민둥산이 되어버린 이곳에 춘원 임종국 선생이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어 웅장한 숲을 일궜다. 1950년대에 시작해 8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평생의 과업이나 다름없었다.
당시만 해도 편백나무 같이 곧게 자라는 나무는 전신주 등에 쓸 수 있어 상업적 가치가 높았다. 목재 사용이 줄어든 뒤에는 ‘치유여행지’로 주목받았다.
몇 년 전부터는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캠핑이나 트래킹이 트렌디한 여가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축령산은 당일 트래킹을 계획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등산로는 크게 4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모암마을~금곡영화마을(1구간, 9㎞) ▲금곡영화마을~괴정마을(2구간, 6.3㎞)이 3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다. ▲괴정마을~대덕마을분기점(3구간, 4.5㎞) ▲대덕마을분기점~모암마을(4구간, 3.8㎞) 구간은 1시간 30분이면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 축령산, 그것도 눈이 많이 내린 숲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유롭게 머물면서 경치를 감상하는 편이 좀 더 낫다. 가족 단위나 동아리 등 모임 성격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펜션이 많아 편리하다.
모암마을 인근 저수지 데크길은 한적해서 좋다. 수면에 비친 편백숲 설경이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겨울 축령산 매니아층이 두텁다는 풍문이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에서 온 임모 씨는 “눈 덮인 축령산의 모습을 좋아해 겨울마다 찾는다”며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려 특히 아름답다”고 말했다.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왔다는 최모 씨는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축령산에 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며 “이번 여행의 목적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성 대표 힐링 코스… MZ세대도 주목하는 ‘핫플’=모암길을 따라 축령산으로 향한다. 발목까지 뒤덮은 눈은 기본이고, 많이 쌓인 곳은 정강이까지 푹 꺼진다. 그래도 어슴푸레 밝아오는 편백숲은 절경 그 자체였다. 데크길 옆 개천에서는 쉴 새 없이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렸다. 산새들마저 늦잠에 빠져든 것인지, 산야에 들리는 건 온통 개울물 소리뿐이다.
사거리에 이르자 본격적인 축령산 숲길이 시작된다. 역시 눈이 많이 쌓여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지친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요기를 하며 산을 탄다.
길 우측으로 반가운 친구가 보인다. 족제비를 닮은 천연기념물 ‘수달’이다. 눈 쌓인 개울가가 하나도 춥지 않은지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걸음마다 숲의 모습이 조용히 바뀌기 시작한다. 키다리 편백나무들이 조금씩 울창해지고, 삼나무들도 빼곡해진다. 아쉬운 건 널찍했던 산행로가 점점 좁아지면서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눈이 쌓이지 않았다면 당연히 정상을 향했겠지만, 여기서 더 올라가는 것은 과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5분 코스, 왕복 1시간 반 가량의 산행인데도 눈 덮인 숲길을 다녀서인지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겨울철 걷고 싶은 숲길’ 최우수…하늘숲길도 추천=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전남도가 선정한 ‘겨울철 걷고 싶은 숲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꼭 이런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축령산 겨울 산행을 경험해 볼 이유는 수없이 많다.
최근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으니, 설 연휴 즘에는 등산로가 제법 녹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국 선생 수목장을 지나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면, 아마도 일생 중에 가장 멋진 풍경과 만나지 않을까 싶다.
눈이 더 녹았다면 하늘숲길(서삼면 추암리 669)도 가볼 만하다. 숲 위에 데크길이 나 있어 부담 없이 걸으면서 축령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단, 하늘숲길 입구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높은 편이니 주의를 필요로 한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무한경쟁과 사회·경제적 격차에 시달려 온 현대인들에게는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하다”라며 “이국적인 낭만으로 가득한 겨울 축령산에서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 행복한 시간을 만드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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