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진출로’ 광주 지산IC ‘반쪽 감사’로 또 논란

설계 변경 과정서 전문가 의견 묵살 담당 공무원 징계에만 그쳐
외압설 등 배제…수사 의뢰·피해액 회수 등 적극 감사로 바꿔야
개통 못한 ‘77억 애물단지’ 49억 혈세 들여 오른쪽 진출로 추진

지산IC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애초 오른쪽이었던 진출로를 갑자기 생소한 왼쪽으로 바꾸는 바람에 혈세 수십억원을 낭비하고도 개통조차 못하고 있는 광주 지산 나들목(IC) 사업과 관련, 광주시 자체 감사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위험성을 경고한 전문가 자문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돼 징계를 받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청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노선 변경 과정에서의 해당 지역 정치인 개입·외압설 등에 대한 감사는 사실상 제외돼 ‘반쪽짜리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광주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제2순환도로 지산IC 도로 개설사업에 대한 특정 감사 결과 좌측 진출로 설계 변경 부적정 등 6가지 사안이 적발됐다. 감사위는 담당자 6명에게 훈계, 2명에게 주의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위는 일부 자문 위원들이 우측 진출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했음에도 광주시 도로과 담당자들이 자문 의견 반영이나 추가 자문 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구도심 연결 편의와 지산유원지 활성화 등을 위해 2018년부터 지산IC 진출 공사를 시작했는데, 사업 시행자는 2019년 순환도로에서 지산동 방면으로 빠져나갈 때 도로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이용하도록 진출로 설계를 변경했다.

도로 오른편 주거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제기되고 최초 설계에 도시가스, 전기 지중관로, 상하수도 등 지장물이 누락돼 이설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였다.

당시 광주시가 이 같은 변경된 설계안에 대한 적정성을 자문한 결과 자문 위원 5명 중 3명은 좌측 진출을 전제로 한 하부 교차로 보완 의견을, 2명은 좌측 진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 위원들은 좌회전 구간도 아닌데 고속으로 운행하는 왼쪽 차선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했으나, 광주시는 보완 방안만 제시한 사업자의 계획서에 대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시 감사위는 지적했다.

결국 총공사비 77억원을 투입한 폭 6.5ｍ, 길이 670ｍ 도로는 2021년 11월 완공됐지만 2년 가까이 개통되지 못하고 있으며, 광주시는 민선 8기 들어 49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진출로를 다시 오른쪽으로 바꾸기로 하고 재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시청 안팎에선 이번 감사 결과를 놓고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자르기식 감사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번 결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 공직사회 특성상 담당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단순 주민 민원을 들어 일반적인 오른쪽 진출로를 생뚱맞은 왼쪽 진출로로 바꿨겠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업 차질로 행·재정적인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단순 행정 행위 중심의 감사방식을 벗어나 피해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감사 행위가 이뤄져야만 추후 유사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광주시의 한 공무원은 “물론 이번 사업을 진행하고 결정한 담당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이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상식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와 함께 수사 의뢰 등을 통해 피해액을 회수하는 절차도 진행돼야 한다”면서 “민선 시대 병폐인 외부압력 등은 외면하고, 공무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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