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관광의 핵심’ 기대 컸던 1조5천억 사업 줄줄이 착공 연기
외국인 투자 10년 간 막혀 … 법인 청산에 기존 사업자들도 이탈
남해안 관광사업의 핵심사업이자 여수 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외국인 투자가 지난 10년 간 단 한 건도 없는데다 경도 레지던스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도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 청산된 뒤 새로운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호텔·콘도·골프빌라·레지던스·워터파크·케이블카 등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사업들도 착공은커녕, 줄줄이 준공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고물가)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한 투자 환경, 부동산 침체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전남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개발을 주도할 SPC 참여 업체를 찾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전남도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경제청) 등에 따르면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지난 2020년 6월 착공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조5000억원을 들여 오는 2029년까지 대규모 호텔·빌라·콘도, 타워형 레지던스, 워터파크·케이블카 등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현재 기존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새 투자자도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남도와 광양경제청은 경도 사업의 해외 투자자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법무부에 요청, 지난 4월 말로 종료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오는 2026년까지 3년 연장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일정 기준에 따라 부동산에 투자하면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거주자격(F-2)을 부여하고, 일정 기간 투자 상태를 유지하면 영주자격(F-5)을 부여하는 제도다.
경도 개발사업의 경우 지난 2013년 5월 1일~2018년 4월 30일, 2018년 5월 1일~2023년 4월 30일까지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실시된 데 이어 세 번째 연장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단 한 건의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연장 뿐 아니라 효과를 극대화할 홍보·투자 유치가 시급한 형편이다. 굵직한 개별 사업 일정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5성급 워터프론트 호텔(307실)·콘도(200실)는 애초 지난해 말 공사를 착공하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착공 시기가 불확실한 상태로, 최근 오는 2026년이던 완공 시기도 2028년까지 늦추기로 조정된 상태다. 워터파크·엔터테인먼트센터·상업시설 등도 연기됐고, 골프빌라·선라이즈 베이콘도 등의 공사는 2021년~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착공 시기가 넘겨졌다.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생활형 숙박시설인 타워형 레지던스(1121실) 건설은 이미 지역민들에게 호텔 등 관광테마시설보다 조성 시기를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타워형 레지던스의 경우 개발 사업을 주도할 특수목적법인(SPC)이 지난해 12월 말 청산된 뒤, 새로운 SPC 참여 업체들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공사비가 크게 뛰고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데다 부동산 경기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측이 애초 이들 호텔·콘도·빌라 분양 등으로 전체 개발사업비(1조5000억원)의 절반 가량인 45.5%(6821억)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점을 감안하면 분양 시기 지연으로 사업 속도도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남도가 경도를 포함한 남해안권을 글로벌 해양 관광벨트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개발 속도가 더딜 경우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전남도와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경도를 남해안 거점형 해양관광단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오는 6월 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공사와 경호초교 이전, 해양친수공간 조성공사 등을 조속히 진행하는 한편, 부동산투자이민제 연장에 따른 국내외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투자설명회 등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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