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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경로당 절반 노후화…‘노인들 사랑방’ 안전 취약

by 광주일보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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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 경로당 둘러보니]
담벼락 부서지고 화장실 타일 파손에 유리조각 널브러져 ‘위험’
한겨울 온수도 못 쓰고 곳곳 곰팡이 가득…입구 턱 높아 출입 불편
고스톱·장기 외 할 게 없어 시설 개선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 필요

3일 광주시 북구 신안동 수산경로당의 담벼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깨져있다.

올해 초 정부가 ‘노후 경로당’을 안전취약시설물 집중관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가운데 노인들의 사랑방인 광주지역 경로당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지역 경로당의 절반 이상이 설치된 지 20년 이상이 됐기 때문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광주지역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 1348곳 중 50.4%(680곳)가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경로당’이다.

설치된 지 10~20년된 경로당도 491곳(36.4%)이며, 5~10년 경로당은 86곳(6.4%), 5년 미만된 경로당은 91곳(6.8%)이었다. 광주지역 경로당의 회원은 총 4만 6000여명으로 광주지역 노인인구(22만여명)의 약 21%에 달한다.

이처럼 경로당이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광주지역 경로당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 된데다 10년 이상된 곳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7%에 달해 기능 보강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경로당들도 노후화에 따른 고장과 부식으로 노인들의 이용시 위험천만한 경우까지 있었다.

광주시 북구 광운노인정의 담벼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기울어져 있었다. 옆 담벼락과 이어져 있는 곳의 시멘트가 깨져 해빙기 지반이 약해지면 언제든지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광산구 운수경로당의 경우 외부에 있는 화장실의 타일이 깨져있고,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체가 약한 노인들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화장실을 갈 때마다 위험천만하다는 것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불만이다.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산구 선암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겨울 내내 온수를 사용하지 못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냉수만 나오는 탓에 손을 씻기는 커녕 물을 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로당 구석과 창고에 거미줄과 곰팡이가 피어 호흡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로당도 있었다.

북구 동운경로당은 화장실 3곳 중 두 곳이 고장나 있었다. 한 곳은 오래전 방치된 듯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고 나머지 한곳은 고장난 채로 타일과 좌변기 곳곳에 오물이 묻고 곰팡이가 퍼져있었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방의 유리창은 금이 가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든지 깨질 것처럼 보였다.

북구 광성경로당은 운동기기 일부가 고장나 분리돼 있었고 구멍이 뚫려있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곳 경로당과 인접한 주택의 벽에는 금이 가 있고 타일 등이 깨져 너덜거렸다.

광주시 북구 운암동 동운경로당의 입구는 턱이 높고 출입문이 좁아 노인들이 출입하기 어려웠다.

경로당 내부로 들어오는 턱이 높다는 점도 어르신들의 불편을 유발했다. 동운경로당을 비롯해 인근의 수산경로당, 광운노인정의 경우 입구의 철제 문 턱이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로 하여금 진입을 어렵게했다.

특히 내부로 들어섰을 때 약 30㎝ 높이의 턱이 있는 곳도 있어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이 출입하기에는 어려웠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노인들은 한참을 준비하고 서야 경로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로당의 시설개선뿐 아니라 프로그램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시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운영지원체계 강화와 각종 이용료 (난방비·양곡비·운영비 등)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경로당 활성화와 기능보강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경로당은 80대 이상 초고령 노인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으로 머물러 있지만, 대부분의 경로당이 TV 시청이나 화투, 바둑과 장기를 두는 회원제 중심의 폐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식탁 혹은 바닥에서 고스톱을 즐기는 어르신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비치된 소파와 의자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광주시와 지자체에서 디지털 역량강화, 찾아가는 영화관, 치매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간이 여의치 않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경로당은 단순한 모임공간을 넘어 실버세대의 문화복지 실현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경로당은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협소한 규모, 단편적인 프로그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취미생활과 집단활동, 나아가 사회봉사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확대·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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