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으로 결석해도 출석 인정…거점국립대 4번째
전남대학교가 전국 10개 거점국립대학 중 4번째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한다. 오는 3월 신학기부터 도입하는 생리공결제는 여학생이 심한 생리통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 때, 별도의 증빙서류를 내지 않아도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전남대는 오는 9일 열리는 교수평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교학규정에 생리공결제를 추가하는 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현재 전남대에서는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을 위한 별도의 구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병원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해야만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안건이 교수평의회 심의를 통과한 이후에는 학무회의를 거쳐 3월 학기부터 제도가 시행된다.
생리공결제는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에 생리공결제 마련을 권고하면서 시작된 제도다. 지난 2004년 인권위에 “생리로 인한 결석을 병결·병조퇴로 처리하는 것은 여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다”는 진정이 들어온 것에 대한 인권위의 답이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미 생리공결제가 널리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는 ‘생리통이 극심해 출석이 어려운 경우 월 1일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출석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대학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곳이 많다. 전국 10개 거점국립대학 중 생리공결제를 도입한 곳은 서울대, 경상국립대, 제주대 3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서도 일부 사립대학은 수년 전부터 제도를 적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대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학사규정상 병결 사유로 ‘여학생의 생리로 인한 사유’를 규정했다.
조선대에서는 결석사유서에 ‘생리공결’ 항목을 선택하고 이를 담당 교수에게 제출하면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한 횟수는 월 1일 이내, 학기당 4일 이내다.
호남대와 광주여대, 송원대 또한 지난 2018년부터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 이들 역시 사후에 결석사유서를 담당 교수나 학과장 등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월 1회만 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광주교대, 광주대, 동강대 등 교학규정이나 학칙시행세칙에 생리공결제를 명시하지 않고 있는 대학도 적지 않았다.
대학 관계자들은 제도를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어 도입에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수업은 출석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생리통이 심하지도 않은데도 휴가 쓰듯이 생리공결을 악용하면 멀쩡히 학교 다니는 학생들만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 탓에 전남대 또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남대 학생처는 지난달 5일 교수평의회 회의 안건으로 생리공결제를 제안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미 전남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기존안은 한 달에 한 번으로 횟수를 제한하는 식이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제도를 오용하거나 과용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면서 “또 생리는 한 달에 두 번 올 수도 있는데 단순히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한 것은 행정 편의만 생각한 것”이라고 세심한 안전장치와 배려를 갖출 것을 학생처에 요구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장모(여·25)씨는 “경우에 따라 어지럼증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할 만큼 생리통이 심한 학생도 있는데, 그동안은 그저 참으면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며 “남용 위험이 있더라도, 생리통이 심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장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오(23)씨는 “제도 자체는 환영하나, 악용 가능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남녀 평등 문제로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며 “서강대의 경우 2006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다 악용 사례 때문에 결국 폐지했는데, 이를 본보기 삼아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남대는 교수에게 직접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남대 포털사이트에 ‘생리공결’ 메뉴를 추가하고 휴대전화,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학생처 관계자는 전했다.
한 의장은 “생리공결제는 여학생들을 배려하는 제도로,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올해 신학기부터 곧장 제도를 시행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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