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시골살이 친구 돼 준 만화…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도권 집중·지방 소외 등 작품에 다양한 경험 녹여내겠다”
“서울 위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습니다. 지방에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사람들,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제 또래 등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어요.”
서울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모든 게 집중되는 수도권 중심 사회 속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 변방에 있는 것만으로 소외됐다고 느끼거나 부끄러워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를 녹여내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시골 출신’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20대 여대생의 바람이다.
김사라(21·한국예술종합학교 2년)씨는 젊은이 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공감할 애니메이션·만화를 만드는 게 꿈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고 있지만 자신의 경험이 담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적합한 만화·그림책 분야, 게임 등에도 진로를 열어놓고 있다.
김씨는 올해 새천년으뜸인재 예체능리더(미술 분야)로 선정됐다. 전남예술고를 다닐 때부터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김씨는 예술고 재학 시절 또래 친구들과 한 팀을 이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만화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 치러진 예선과 달리, 일본에서 치러지는 본선의 경우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참여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컸다. 김씨 등은 그러나 학교 측의 설득을 이끌어내면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 캐릭터가 만화를 통해 화해해 새롭게 양국 관계가 시작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본선에 참가했다고 한다.
김씨는 “무안군 현경면 외딴 마을에서 살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보니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어디에서 만날까, 몇 시까지 와”라고 하는 친구들과 만나려면 면 소재지까지 1시간 남짓 걸어가거나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는 대신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자주 접하면서 관심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 때쯤부터 써온 일기는 김씨의 작품 구상을 위한 소중한 아이디어 노트다. “당시엔 커가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경험과 이야기를 풀어낸 기록이었지만 지금은 작품에 필요한 소재를 현실화시키고 구체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김씨는 “개인적 경험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험이 작품의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만큼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해 작품 속에 표현해내고 싶다는 게 김씨 생각이다.
김씨의 이같은 자전적 경험을 담은 ‘달려라 아이’라는 작품은 지난 2020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열린 ‘제 21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수상작품은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달려라 하니’를 오마주한 작품 속에 풀어냈었다. 가족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지는 시기,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가족의 중요성과 끈끈함을 만화에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씨는 “애니메이션이 나이 어린, 젊은 사람들만 공유하는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젊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라도 나이 지긋한 노인들, 어르신들 모두 공감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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