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방문객 등 하루 8000명…버스 정차 안해 500m 도보 이동 불편
학내 시내버스 4개 노선 운행 중인데 개인택시조합 반대에 경유 안돼
노선 연결 요청 번번이 무산…내일 병원·택시조합·시의원 논의 주목
조선대학교병원에 시내버스 정류장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8년째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이 고지대에 있는데다 교통 접근성도 떨어지는 터라 교통약자들도 이용하기 쉽게 시내버스 노선을 연결해 달라는 요청인데, 광주시가 지난 2014년부터 8년 동안 퇴짜를 내면서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개인택시조합)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조선대학교 교내에는 57번, 61번, 87번, 419번 총 4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조선대병원입구’, ‘조선대대학원’, ‘조선대해오름관’, ‘조선대장미원’ 등 4곳의 정류장을 경유해 운행하고 있다. 이 중 병원과 가장 가까운 곳은 ‘조선대병원입구’ 정류장인데 이곳마저 병원에서 500여m 떨어져 있는 대학 정문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조선대병원입구 정류장을 찾아가 보니 병원은 언덕 너머 고지대에 있어 정류장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낮 최고기온 29도로 더운 날씨에 경사진 도로를 걸어 올라가다 보니 200여m도 못 가 금새 옷이 땀으로 젖었다. 간이 경사계로 측정한 이 도로의 경사도는 15~25%(경사각도 8~14도) 수준으로 가팔랐다.
특히 병원 이용이 잦은 어르신,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교통약자들에게 해당 경사로는 더욱 가혹했다. 이날도 언덕길을 오르던 어르신들이 걷다 멈춰 쉬기를 반복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수 차례 목격됐다. 조선대병원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외래환자 32만 4322명이 찾아왔는데, 이 중 50%에 해당하는 16만 2054명이 60세 이상 어르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환자들이 자기 차량을 끌고 오는데, 이들을 수용할 주차공간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조선대병원에는 주차타워를 포함해 약 1000면의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으나 매일 오전 9시 30분이면 가득 차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500여명, 환자 보호자와 교직원까지 합치면 하루 7000~8000여명이 조선대병원을 오가는 만큼 주차 공간을 아무리 늘려도 차량을 다 수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또 병원 진료가 끝나는 오후 5시 이후로는 병원 입구에서 대기 중인 택시가 없으며 콜택시조차 안 잡히는 상황이라 택시 이용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인택시조합 측은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택시 운수 종사자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데, 택시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병원 앞에 버스가 지나게 되면 수익이 더욱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병원 앞은 보행자가 많고 길이 좁은데다 급경사도 많아 큰 버스가 들어오면 사고 위험이 크므로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또한 “버스 운행 소음이 큰데다 주말 12시 밤 늦은 시각까지 운행하다 보면 입원 환자들이 오히려 불편해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광주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보행자가 많아 사고 위험이 비교적 큰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좁다란 외곽 도로와 사람 많은 도심에서 버스들이 사고 없이 잘 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조선대병원 내 불만사항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 불편’이었다. 불편 해소를 위해 병원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으나 조선대병원~남광주역~동구청 좁은 범위만 돌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하루 빨리 조선대병원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신설돼 광주 전역의 환자들이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오는 5일 조선대병원장, 개인택시조합 이사장, 박미정 광주시의원 등과 함께 조선대병원 내 시내버스 노선 신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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