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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마음을 흔드는 콘텐츠 개발…생생한 역사경험 전해줘야

by 광주일보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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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도시 광주 다크투어리즘에 미래 있다 <하> 광주 다크투어리즘 성공하려면
광주시,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 정부에 제안 등 활성화 움직임
오월 사적지·경험자 등 체계적 조사·발굴해 관광 콘텐츠로 묶어야
시티투어에 역사교훈 테마 넣고 실감나는 미디어 체험 공간 조성을

지난 2020년 9월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245’ 개관식에서 시민들이 9층과 10층 벽면에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최근 광주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역사교훈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광주를 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해 힘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주를 방문해 “광주는 자유·민주·인권의 수도”라며 “5·18 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을 설립해 광주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민주화 상징도시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3월 ‘5·18 정책연구태스크포스팀(TF)’을 꾸리고 광주에 ‘민주인권 기념파크’를 조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민주인권 기념파크는 5·18 역사체험·전시 및 국제 인권도시 교류 및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5·18 사적지인 옛 광주교도소 부지(8만 9821㎡)에 조성할 계획이다.

광주관광재단도 ‘2022 광주시티투어 3色버스’ 사업을 통해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역사교훈’ 테마를 넣고 포충사-5·18 민주광장-전일빌딩245-5·18민주화운동기록관-양림역사문화마을(주요 선교사 사택 및 오월어머니집 등)-국립5·18민주묘지 등을 돌아보는 방식이다. 재단은 지난 8월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콘텐츠 기획 및 사업운영 용역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광주가 다크투어리즘 명소로 거듭나려면 마음을 흔드는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다크투어리즘은 재난과 전쟁, 사고로 인해 무참히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을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인 만큼 죄책감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책임감, 비극적인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등 복합적인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역사 지식을 늘어놓기보다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감성을 흔드는 콘텐츠를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 오키나와의 평화기념공원을 예로 들었다. 이곳에서는 강제징용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을 기리는 한국인 위령탑 앞에 커다란 화살표를 그려놓았는데, ‘고향 땅을 못 밟고 희생돼 떠도는 영혼들에게, 이 쪽이 대한민국이니 살펴 가시라’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서 갖고 있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다크투어리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광주는 광주문화재단, 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인공지능사관학교 등 미디어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오월 역사 현장으로 돌아간 듯 실감나는 미디어 체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4·3 사건을 바탕으로 다크투어리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제주에서는 곳곳에 숨어있는 사적지를 체계적으로 발굴·복원하는 등 관광객에게 생생한 경험을 전해주는 것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조정희 제주 4·3평화재단 사업팀장은 “제주에서는 사적지 현장을 찾아가 비극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예컨대 학교 근처에 있는 사적지를 돌아보거나 4·3 평화공원에서 2박 3일동안 머물며 사적지를 돌아보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3 사건을 겪었던 생존자가 직접 해설사로 참여해 당시 경험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며 “광주 곳곳에 숨어있는 사적지나 5·18 경험자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발굴해 현황 파악하고 관광 콘텐츠로 묶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 내 사적지들을 하나로 묶는 ‘중심점’을 만들어 투어 프로그램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채웅 5·18기념재단 교육문화부장은 “5·18 사적지는 광주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관광객이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적지들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간접체험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집약한 ‘종합 안내센터’를 설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부장은 “매년 3~5만여명의 사람들이 5·18 사적지를 답사하겠다고 광주를 찾아오지만, 정작 5·18을 체험하기 위해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한 콘텐츠가 없는 5·18기념공원을 들렀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오월길 방문자센터는 공간이 협소하고 콘텐츠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5·18 기념재단은 광주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사적지인 구 적십자병원 인근에 오월길 종합 여행자센터를 세울 계획을 짜고 있다. 5·18 사적지 관련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다크 투어리즘의 필수 요소인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는 종합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올해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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