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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피땀 흘려 농사 지으면 뭐하나…빚만 쌓이고 답답”

by 광주일보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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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를 앞둔 16일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 들녘에서 농민들이 익어가는 벼를 보며 허탈해하고 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피땀흘려 1년 동안 열심히 벼를 키우면 뭐합니까. 쌀값이 껌값이 돼서 이대로면 추수를 해도 남는 게 없게 생겼어요. 자식들 대학 등록금에 쌓인 빚도 갚아야 하는데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도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죠.”

지난 16일 영광군 백수읍에서 20년째 귀농생활을 하며 벼농사를 짓고 있는 양이현(59)씨는 300마지기(약 20만㎡) 땅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서도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달 10일이면 추수를 시작해야 하는데 20㎏ 들이 1포대 쌀 가격이 4만원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최근 쌀 가격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추수를 앞둔 광주·전남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가와 인건비, 비료값 등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데 비해 정작 주 수입원인 쌀값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통계에 따르면 20㎏ 들이 1포대 쌀(상품·정곡) 도매 가격은 지난해 9월 5만 7387원에서 올 9월 4만 6320원으로 19.3% 급감했다.

반면 농사에 소요되는 경비는 증가했다. 비료값(요소)은 20kg 1포대 기준 가격이 지난해 1만 2000원대에서 2만 8500원대까지 2배 이상 뛰었다. 보조금을 제외하고 농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따지더라도 9000원대에서 1만 4000원대로 55% 넘게 급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도 일당 8~10만원대에서 15만원대로 올랐으며, 경유 등 면세유 가격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ℓ당 800원대에서 1400원대로 폭등한 실정이다.

양씨는 “높은 물가 때문에 경비를 아끼려고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덜 쓰고 비료도 두번 칠 것 한번만 치는 등 아껴 봤지만 지난해보다 경비가 40~50% 더 들어간 상황이다”며 “농민들의 한 해 급여나 다름없는 쌀값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광주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6일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 일대에서는 푸른 빛의 벼에 노란 낱알이 속속 들어차고 있었다. 인근 농민들은 9월 말경 수확을 시작할 때쯤이면 벼들이 완연한 황금색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 디딜 틈 없이 자라난 벼들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곳에서 25년 농사를 지었다는 오찬석(65)씨는 “쌀값은 떨어지는데 벼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다. 올해는 어떻게 넘긴다고 해도 내년에 쌀값이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기연(65)씨 또한 “작년에 대출을 받아 농기계 콤바인을 약 9500만원에 구입했는데 속절없이 쌓일 대출이자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며 “올해 쌀값이 이만큼 떨어질 줄 알았다면 빚내서 콤바인을 구입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마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 8개 도지사들은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농민들도 지난해 비축미가 시장에서 제대로 격리되지 않은 점을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짚고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수확기 이후 초과 생산된 쌀 27만t을 12월까지 제대로 시장에서 격리하지 못해 쌀값 폭락을 촉발했다는 주장이다.

오씨는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없다”며 “이미 지난해 쌀이 초과생산됐는데 정부는 양곡수매법을 적용하지 않는 등 손을 놓은 모양새다. 농민들의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양씨 또한 “정부에서 농민 위한 정책을 펴지 않고 ‘농민 탓’만 해 왔다. 해가 갈수록 쌀 수요가 줄어드는데 괜히 쌀 농사만 많이 지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식이다”며 “정부 차원에서 쌀값 안정화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한 농민들의 타격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광=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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