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로 알기]
애인·동료·선후배간 사이 많아
피해자 우울증·신경 질환 시달려
주변에 노출시키고 폭로 필요
혼자 해결보다 전문가 도움 받길
“가스라이팅(gaslighting)”. 요즘 뉴스나 매스컴에서 심심찮게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2019년도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에서 사망한 남편을 아내가 평소 ‘가스라이팅’ 한 정황이 최근 포착되면서 이 사건은 묻힐 뻔한 단순 사망 사고에서 살인 사건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동시에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심리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서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정신적 학대” 로 정의 내린다.
◇잘못된 인간관계의 유형=어떻게 보면, 이 가스라이팅은 이미 동서고금을 통해 잘못된 인간관계의 어떤 유형 속에서 지속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사이비 교주의 세뇌, 왕따시키는 주동자 친구, 갑질하는 상사, 그루밍을 잘하는 성폭력자, 일터에서 태우는 상사 등... 즉, 가스라이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가깝고 가장 중요한 관계, 즉 가족간, 부모자식간, 형제간, 부부간, 애인간, 동료간, 선후배간, 사제지간 등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가정불화, 가출과 자살, 직장 내 갈등, 폭력과 살인 사건의 배후에 이 가스라이팅이 일정한 역할을 해왔을 가능성을 생각할 때 가스라이팅을 바로 알고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삶을 자칫 빠질 수 있는 절망의 늪에서 건져내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마음에 들고 싶어할 때 가스라이팅은 일어나는지도 모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가해자가 내 생각과 판단은 옳다는 신념이 강한 자기애적 성격이 있고, 피해자가 내 생각과 판단은 불안하니 주위의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의존적 성격이 있다면, 가해자는 가스라이팅을 상대에게 한다는 의식 없이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고, 피해자 또한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당함으로써 둘은 가스라이팅의 세계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된다.
이 세계에 깊이 빠져들수록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분석력은 더욱 집요하고 예리하게 되고 거부(피해자의 말을 듣지 않음), 반박(피해자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억지를 부림), 전환(피해자의 실수로 피해자 스스로를 의심하게 바꿈), 경시(피해자의 요구와 감정을 하찮게 여김), 망각(피해자가 말한 사실을 잊은 척 함), 부인(피해자가 말한 당연한 사실을 그런 일 없다고 함) 등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조종이 심해진다.
또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착취도 심해지며, 피해자의 정신상태는 가해자로부터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무시 및 외면당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결국엔 자존감과 판단능력을 잃고는 사회로부터 고립하게 된다. 그 결과 피해자는 우울증, 불안증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극심한 신경성 질환을 앓기도 한다.
◇가스라이팅 예방=가스라이팅을 예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도 예상치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내 부모가, 내 애인이, 내 친구가, 내 선배가 가스라이터(가스라이팅의 가해자)인 줄 처음부터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단계는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그런데 이 자각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왜냐면, 이미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확신보다는 의심이 많고,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터에게 심리적 조종을 당하여 일종의 최면상태 및 세뇌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관계를 비교할 만한 다른 인간관계의 틈을 가스라이터는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각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피해자가 자신의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니오” “싫어요” 등을 말할 줄 알아야하고, 혼자만의 일기도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자각이 힘들기 때문에 주변에 의해 노출되고 폭로될 필요도 있다. 가스라이팅이 의심되면 절대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인물들을 찾아야하고, 또한 전문상담가를 꼭 찾아가서 상담해야하며, 가스라이팅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거리두기를 배우고 실천해야한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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