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왕성한 창작 활동…강렬한 색채로 ‘삶을 사유’
장애인 예술인 화합·학술 연구 병행…협회, 유작전 계획
광주 출신 서양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고(故) 유태환 화백이 지난 6월 영면에 들었다.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난 유 화백은 조선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39회 개인전과 단체전 160회 등 왕성활 활동을 펼쳤다. 그의 ‘길(路) 시리즈’는 자연에 속한 하나의 풍광으로서의 길이라기보다 내적 심상을 통해 재구성한, 인간의 삶의 방향 등을 상징하는 ‘삶의 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 화백의 유족들은 최근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유작 500여 점을 (사)광주광역시장애인예술협회(회장 전자광)에 기증했다.
특히 이번 기증은 어린아이 같은 맑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의 소중한 뜻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 작가는 40년 넘는 작품활동 기간 ‘길’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천착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번 그림은 고인의 165㎡(50평) 규모의 작업실과 자택에 남겨진 작품을 모은 것으로,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사유 등이 담겨 있다.
고인은 중학교 재학시절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화가로서 창작활동을 하는 틈틈이 장애예술인협회 이사로도 활동하며 장애인 예술인들의 화합과 작품을 매개로 한 학술적 연구를 병행했다. 그러다 유 화백은 4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해오다 올들어 병세가 악화되면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전광자 장애인예술협회 회장은 “유 화백은 무등산에 심취했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는 ‘길’이라는 주제와 무등산이 계속 교차한다”며 “이번에 기증된 ‘길’ 시리즈 대작은 물론이고 발표되지 않은 무등산에 대한 그림도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회장은 “유 화백은 칸딘스키와 같은 강렬한 색채를 잘 활용했던 화가”라면서 “특히 빨간색을 즐겨 사용한 그의 작품에선 열정과 사랑 같은 뜨거움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장애예술인협회는 고인의 뜻과 철학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분류, 정리해 유작전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 화백의 작품과 삶을 모티브로 한 학술세미나도 진행할 계획이다.
유족인 아들 진원씨는 “아버지의 평생의 땀과 열정이 스민 유작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세상에 빛과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며 “생전에 전하지 못한 메세지가 장애예술인협회를 통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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