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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학예관9

운동선수, 성적지상주의에 목맨 폭력의 대물림 언제까지 <김은영의 그림생각> 하마터면 이에리사나 현정화처럼 세계적인(?) 탁수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 탁구코치에게 선수후보로 발탁되어 집중훈련을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첫날, 코치에게 펜 홀더와 쉐이크 핸드 등 라켓 잡는 법과 기본 폼을 배우고 즐겁게 연습을 마쳤는데 짧은 커트머리 6학년 선배가 “야, 너, 이리, 와 봐!”라며 불러 세웠다. 처음 운동 시작한 후배들을 붙들고 군기를 잡기 위해 기합을 준다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탁구 안하면 그만이지…’하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가버렸다. 가끔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선배에게 기합 받고 좀 두들겨 맞고 견뎠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상상해본다. 폭력의 예감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싫었기 때문에 지금도 어린 날의 내게 도망.. 2020. 7. 18.
기다림 : 문화예술계의 기약 없는 기다림 언제나 끝날까 <김은영의 그림생각>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더 가까이 보아서인지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장 침체된 분야 가운데 하나가 예술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최근 광주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간신히 활동을 재개하려던 문화예술계에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그렇듯 예술은 자기만의 만족을 위한 표현이 아니라 모름지기 관객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덕목이어서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듯 잠시 멈추어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작품 ‘기다리는 발레리나’(1882년 작)를 보면 춤출 차례를 기다리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는 문화예술인들의 .. 2020. 7. 12.
한국전쟁 70년, 이고 지고 길 떠나는 절망스런 피난민 몸짓 <김은영의 그림생각> 최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금방이라도 봄이 온 듯 했는데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다시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밀려든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어쩌면 남북간 긴밀한 소통과 만남으로 새로운 지평이 열리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수억작가(1918~1990)의 ‘6·25 동란’(1954년 작)은 이 시기에 각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함경남도 출신으로 평양사범학교와 동경제국미술학교에서 양화를 공부했던 작가는 전쟁시기 단신으로 월남했고, 국방부 정훈국 종군화가단에서 활동하면서 전쟁기록화를 그리기도 했다. 1953년 종군화가단 전쟁미술전에서 ‘야전도’라는 작품으로 참모총장상을 받은데 이어.. 2020. 7. 4.
트로트, 구구절절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 트로트가 대세다. 지난해 진도 출신 송가인을 필두로 미스 트롯이 한 시절을 풍미하더니 최근엔 남성 트롯이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마다 어쩌면 그리 인물 좋고 노래들도 구성지게 잘하는지. 부르는 노래마다에 담긴 사연도 애절해 대중들의 감성을 적신다. 우리 시대에 트로트 노래 가사에 자신의 사연을 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애창곡도 트로트였다. “물어물어 찾아왔어/그 님이 계시는 곳…/저 달 보고 물어 본다/님 계신 곳을/울며불며 찾아봐도/그 님은 간 곳이 없네…” 막걸리 한 잔 거나하게 걸치시고 귀가하시는 날이면 나훈아의 ‘님 그리워’ 노래가 골목 어귀에서부터 들려왔었다. ‘고상하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엔 통속적인 노래가 싫어서 아버지에게.. 202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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