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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5·18묘지서 주먹밥 나눔행사…유족들 고령화로 참가 줄어

by 광주일보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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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식 이모저모
지역·세대 뛰어넘어 화합
오월 어머니합창단 눈길
민주묘지 주변 곳곳 집회 여전

18일 오전 열린 ‘제42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뮤지컬 배우 이지훈과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오월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5·18민주화운동 42주년 정부 기념식에서 매년 좌석을 가득 채우던  흰색 소복을 입은 5·18 유가족들의 모습이 확연히 줄었다.


이에 대해 유족회 회원들은 고령화로 인해 몸이 아파 참가하지 못하거나 한 두명 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유족들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수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기념식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일부 회원들은 참석을 꺼렸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최근 유족회 내부의 내홍이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몸이 좋지 못해도 자식을 먼저 보낸 유족들의 발길은 막을 수는 없었다. 기념식이 시작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 이미 일부 어머니들은 기념식장에 들어와 자리를 메웠다.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항쟁하다 숨진 문재학(당시 17세·광주상고 1학년)열사 어머니인 김길자(83)씨는 땡볕에 속이 울렁거림을 호소하며 잔디밭에 눕기까지 했지만, 기념식 시작 전 까지 119대원들의 치료를 받고 기념식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념식이 끝난 11시께, 민주의 문 인근 도로에서는 고소한 주먹밥 향기가 피어올랐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는 주먹밥 나눔 행사를 열고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다. 이곳에는 1980년 당시 나눔·연대의 상징이었던 주먹밥을 맛보려는 100여명 참배객들이 몰려들어 줄이 길게 이어졌다. 


주먹밥과 김치, 단무지, 고깃국을 받아든 참배객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막걸리를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배객들은 “자신도 시위 현장에 있었다”, “당시 자식을 여럿 잃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이야기로 공감대를 이루고 서로를 보듬었다.


김봉태(62·남구 진월동)씨가 “주먹밥을 먹으니 1980년 당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위에 뛰어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자, 옆에 앉았던 참배객이 “우리 광주 시민은 다 같은 마음이지 않느냐”며 막걸리를 한 잔 건넸다.


○…기념식 1부 공연인 추모공연에서 오월어머니 합창단,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5·18 영령들을 추모하는 ‘오월의 노래’가 눈길을 끌었다.


‘오월의 진실’이라는 주제를 담은 영상이 이지훈 배우와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1980년 5월 사적지를 둘러보고 묘지에 도착하는 것에서 마무리 되면서 실제 택시에서 내린 이씨와 김 관장이 무대로 올라왔다.


이후 김 관장과 같이 검은색 치마에 흰색 저고리를 갖춰 입은 14명의 오월어머니들은 4명의 리틀엔젤스예술단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오월을 노래했다.


오월어머니들은 1980년 광주에서 5월을 겪은 점에서, 리틀엔젤스예술단 어린이들은 서울지역으로 미래세대라는 점에서 함께 한것이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 오월의 정신을 이어준다는 점에서다. 


기념식 후 리틀엔젤스예술단은 5·18민주묘역을 참배하고 기념식을 빠져 나가는 참배객들에게도 인사를 하며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겼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5·18민주묘지 인근에서는 기념식 전부터 각종 집회가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됐다. 


국립5·18민주묘지 정문 앞에서는 보수·진보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중순에 보수단체 집회를 막기 위해 사전에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오사모)가 기념식 당일 정문 앞 집회 신고를 했지만, 10여m떨어진 삼거리 인도쪽에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내는 바람에 맞불 집회가 진행됐다.


보수단체는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고 가짜유공자 재산을 몰수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오사모와 광주전남 대학생진보연대는 “5·18 추모를 해야 하는 기념식 당일 이래도 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큰 충돌은 없었다.


맞불 집회 뿐 아니라 행사장 입구인 민주의 문 밖에서는 각종 1인 시위가 벌어졌다. 


매끄러운 행사 진행을 위해 1인시위자들을 저지하던 경찰과 가끔 마찰이 빚어져  참배하러 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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