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주년 문화로 만나다 <4> ACC 미디어아트 ‘광장: Beyond The Movement’전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동그란 시계가 걸려 있다. 여느 시계와 다르지 않는 모양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시침과 분침이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시간은 그렇게 1980년 5월 18일을 향해 뒷걸음치고 있다. 시간의 역류는 80년 5월 도청 광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혼재돼 있다. 2020년 5월 관객으로서의 시간과 1980년 시민으로서의 시간이 합류된다. 5·18 민주광장 분수대를 상징하는 설치 작품과 이곳을 비추는 200여 개의 키네틱 라이팅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시공을 초월하는 시간여행은 상처와 갈등의 궤적에 치유와 화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아트 특별전 ‘광장: Beyond The Movement’은 그와 같은 단상을 준다. 지난 40여 년의 시간을 담은 작품은 보는 이에게 무한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문화창조원 복합 1관에서 인터랙션 미디어아트 전시를 개최한다. 7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민주광장을 모티브로 당시와 현재의 기억을 재해석한다. 작품에는 바닥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과 관객이 반응할 수 있게 작품을 구현한 인터랙션 콘텐츠 방식을 적용했다.
전시를 연출한 홍성대(서경대 교수)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들을 매개로 5·18에서 초래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와 화해라는 방향으로 풀어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유잠스튜디오의 유재헌 작가와 닷밀의 정해운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폐막 공연과 영상, 인천아시안게임 감독, 엑스토 전시회 감독 등을 역임했다.
두 작가의 작품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보적 관계를 이룬다. 유 작가의 ‘웜홀: Wormhole’은 민주광장 분수대를 오마주한 작품이며, 정 작가의 ‘치유의 순환: Circle of Cure’은 관람자 위치에 따라 전시물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웜홀’은 공중에서 비추는 200여 개의 라이팅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광장의 모습을 연출한다. 마치 호흡하는 듯한 빛들은 dmx신호에 의해 개별 컨트롤 되는데, 관람객들은 분수대와 주위로 빛의 무한공간을 경험한다. 아울러 분수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타원형의 라인(상처)과 모노톤의 조각(갈등)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품 ‘치유의 순환’은 이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느 순간 파티클(상처)이 형형색색 꽃잎으로 변하는 데 묘미가 있다. 관람객들은 화사하게 변한 꽃잎을 매개로 치유와 화해 가능성을 보게 된다.
유 작가는 “5·18은 지구촌이 보호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구 도청 앞 광장 분수대는 그날의 증인으로써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상처와 갈등의 궤적 위에 얹어지는 치유와 화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ACC 홈페이지에서 확인.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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