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회장, 화정 아이파크 붕괴 일주일 만에 무책임 사퇴 발표
“두 번이나 광주시민 희생 … 현장 와서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치 이행을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 이후 일주일 만에야 모습을 드러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회장의 무책임한 사퇴 발표 직후 광주 민심은 종일 들끓었다. 그동안 실종자의 생환소식만을 기다리며 격렬한 분노를 삭여왔던 광주시민의 인내심이 현산측의 ‘후안무치’한 행태 앞에 폭발한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7일 오전 정 회장 사퇴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몽규 회장, 사퇴가 능사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2일부터 하루 24시간 사고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머무르고 있는 이 시장은 “사고 발생 일주일만에 사고 현장도 아닌 서울 본사에서의 사퇴 발표는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라며 “(정 회장은)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고, 책임 있는 조치도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또 다른 희생은 원치 않는다’며 더딘 구조와 수색작업을 숨죽이며 기다려온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도 결국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붕괴사고 현장 내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TV로 정 회장의 사퇴 발표 모습을 지켜본 한 가족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정몽규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두 번이나 광주시민을 희생시킨 회장이면, 최소한 사고는 다 정리하고 회사를 떠나든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는 “사과를 할 거면 현장에 와서 해야지, TV 통해서 고개 몇 번 숙이는 건 결국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퇴에 앞서 사태해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응당한 처벌부터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또 이날 성명문을 내고 “구조작전에 현대산업개발이 투입된 것은 시공 중 사고를 낸 살인자에게 피해자의 치료를 맡기는 격”이라며 “구조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투입을 망설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고 정부에서 직접 전문가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다만 “소방대원과 인명구조견, 중장비 운용 기술자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과 충분한 휴식은 보장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광주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도 정 회장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시민단체가 결성한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는 이날 “차가운 시멘트 더미에 갇혀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동원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에만 골몰해 있다”며 “정몽규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성명을 통해 “정 회장의 사퇴 발표문 중 사고 현장을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은 전혀 없었다”며 “사퇴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사퇴가 아니라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책임지고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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