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전남도·전북도 공동 건의…호남권 상생길 열리나
기초과학 토대 방사광가속기
호남에만 없어…道 유치 심혈
국가자문회의도 구축 의결
군공항 TF 결과 상생 시험대
민선 7기 한전공대를 유치한 전남도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설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충청권·영남권에 편중돼 있는 연구중심대학 및 연구시설을 조금이라도 뒤쫓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사광가속기를 갖춰야 한다는 절실함이 내재돼 있다. 청년 고용과 미래 혁신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첨단 연구 기반시설이 전무한 전남의 여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영록 전남지사는 ‘코로나 19 사태’의 방역을 진두지휘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정부와 여당을 찾아가 설득하고, 광주시청을 찾아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직접 협력을 요청하는 등 내밀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쏟아내고 있다. 전북지역의 6개 대학들까지 참여하는 호남권 21개 대학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건의도 과거 한 번도 없었던 사례다.
◇정부, 24일 최첨단 대형가속기 구축 의결=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24일 영상회의로 제9회 심의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대형가속기 장기로드맵 및 운영전략(안)’과 ‘제3차 과학기술 문화 기본계획(안)’ 등 안건 2건을 심의·의결했다.
대형가속기 장기로드맵 및 운영전략(안)은 크게 방사광가속기 전략적 활용 확대, 양성자가속기 산업지원 역량 강화, 중이온가속기 글로벌 기초연구 거점 안착, 중입자가속기 첨단 의료 및 방사선의학 연구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속기는 양성자, 전자, 이온 등의 입자가 고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장을 이용해 이를 가속하는 장치로, 원천기술 개발에 필요한 최첨단 대형 연구시설이다. 이 가운데 대형가속기는 방사광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중입자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를 포함한다.
정부는 기존 방사광 가속기의 성능과 용량 등이 부족해 가속기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형가속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 지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를 새로 구축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양성자 가속기의 성능을 향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1년까지 대전에 있는 중이온 가속기를, 2023년까지 부산에 있는 중입자 가속기를 구축하고,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에는 빔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전남은 새로 구축되는 ‘산업 지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의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유치를 바라고 있다.
◇호남에만 없는 가속기, 전남 유치 위해 광주·전북 협력 약속=방사광 가속기는 현재 포항공대가 총2기(3세대 원형, 4세대 선형)를 운영 중이며, 타 시·도에서는 방사광 가속기 이외에 입자를 사용하는 양성자(경주)·중이온(대전)·중입자(부산) 가속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속기가 호남에만 없다보니 연구시설, 관련 기업 등의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방사광가속기는 화학, 생물, 전기,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이고 반도체, 바이오신약, 2차 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미래 청정에너지, 신소재 개발 등 모든 과학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유력한 경쟁 후보지인 충북 오창지구가 대전 중이온 가속기와 함께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돼 있고 이격거리도 39km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는 균형발전과 시설의 안전성을 중시해야 하며, 스웨덴이나 일본이 경우도 수도에서 수 백km 떨어진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국가적 과제인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기반을 대폭 확충해 광주의 AI(인공지능)·자동차 산업, 전북의 농업 바이오·탄소산업, 전남의 에너지신소재·의료 바이오산업 등 호남권의 핵심 산업이 크게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남도는 전망하고 있다.
◇광주·전남·전북 공동건의 계기로 호남권 상생길 열리나=이번 공동건의는 전남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광주와 전북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대규모 사업 유치에 있어서 비슷한 사례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나 전북 역시 호남의 단합된 모습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호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모델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동건의에 포함된 다른 지역의 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협력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장 광주 군 공항 이전, 통합 민간공항 명칭 문제를 논의할 광주시와 전남도의 공동 TF(전담팀)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기존 용역을 기반으로 정부에 건의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시·군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 무엇보다 걸림돌이다.
국회 문턱을 못넘고 있는 전북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대학’도 광주·전남 지역 정치권이 관련 법 제정, 대학 설립에 필요한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가능한 과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