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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독일 베를린] 변방의 섬에서 예술 수도로

by 광주일보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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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니·회환관·유대인박물관 등 문화·전통 깃든 '베를린 문화포럼'
세계유산 '박물관 섬' 5곳 중 '페르가몬 박물관' 압권
방공호를 갤러리로 '잠룡 보로스'···현대사 아우리는 장소성에 주목

베를린 벙커미술관

베를린, 오늘날 수많은 여행자들의 놀랄 만큼 큰 관심을 받으며 유럽 여행의 최상위 순서에 오르는 도시, 독일의 수도다. 이제 베를린을 여행하지 않고는 유럽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베를린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을 ‘육지의 섬’으로 불리면서 유럽의 변방 도시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변화다. 이런 이유에서 베를린을 요즘 표현으로 세계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도시라고 말한다. 

베를린 여행자들은 보통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 단순히 도시성문으로 건축되었다가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국가의 위상을 과시하는 상징적 건축물을 짓게 하면서 1791년 완성하였다. 이후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 정치사에서 수없이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하였다. 1806년에 프로이센이 프랑스에게 대패하자 나폴레옹은 여기에서 개선행진을 했다. 이후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문으로 떠올랐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1989년 11월 9일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고, 1989년 12월 22일에는 헬무트 콜 총리에 의해서 완전히 개방되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등지고 오른편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거대한 건물에 유리돔을 올린 건축물이 보인다. 독일연방의회의사당이다.  바로 1934년 절대 권력을 장악하고 총통에 오른 히틀러가 이곳에서 선동적인 연설로 국민들에게 전쟁을 부추겼고, 민주주의는 좌절을 겪었다. 분단 때에는 버려져 있다가 1990년 첫 통일 연방국회가 열렸다. 전체주의가 민주주의를 짓밟은 오욕의 장소를 통일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치열한 논의 끝에 1999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 의해서 기존의 어둡고 무거운 돔은 투명한 유리돔이 되어서 의사당 내부와 베를린 전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국회가 운영되는 것을 시민들이 볼 수 있다는 것! 과거를 지우는 대신 미래 지향적이며 친환경 기술과 예술적 감각으로 과거와 현대의 공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베를린 갤러리 위크앤드 관람객

국회 연방의회의사당을 등지고 서쪽으로 티어가르텐이라는 거대한 도심공원을 지나면 포츠담머플랏츠 역 근처에 베를린의 문화포럼이 있다. 멀리서도 특이한 노란색의 각이 여러 겹 진 지붕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그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음향이 좋다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건축안은 1956년 한스 샤론의 것이 선정되었지만 너무나 파격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카라얀이 강력하게 비난을 저지하면서 완공될 수 있었고, 1963년 거장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으로 개관하였다. 

문화 포럼에서 놓치지 말아야 곳은 단연 국립회화관이다. 동선은 72개의 전시실이 서로 연결되어서 시대순으로 이어진다. 렘브란트, 루벤스, 베르메르, 뒤러, 보티첼리 등 거장들의 소장품 외에도 방대한 중세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신 국립미술관은 1968년 건립된 것으로 현대 건축의 명작으로 평가된다. 독일의 유명 건축학교 바우하우스 교장을 역임한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다. 문화 포럼 정중앙에 위치한 아담한 교회는 유서 깊은 성 마테우스 교회다. 

문화포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대인 박물관이 있다. 2001년 유대인 생존자 가족의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이곳은 소장품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기념비적 의미를 가지는 박물관이다. 입구에서부터 가스실과 수용소에서 대량학살 된 유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 정권에 의해 학살된 600만 명의 유대인을 기억하고 기록함으로써 반성을 말하고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막고자 함이다. 절규하는 사람 얼굴 모양의 철 조각들을 깔아놓아서 밟아야만 지나갈 수 있게 만든 공백의 기억 공간에 들어서면 인간의 폭력성에 일체의 감정이 아득해진다.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독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베를린 함부르크역 박물관

이제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서 구 동베를린 지역으로 가 보자. 이 지역은 문화 예술의 용광로 같은 곳이다. 베를린은 과거 독일 제국의 문화예술 유산들이 만들어 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있고, 그 곁에서는 사회주의 동독 시절의 흔적과 통일 이후의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새로운 문화예술이 어우러져서 도시풍경이 매일 달라지는 곳이다. 이런 베를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역동성, 자유로움과 다양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말한다. 

우선 ‘박물관 섬’ 근처에는 1810년에 건립하여 수백 년의 전통을 지닌 훔볼트 대학이 있다. 이 대학에서 헤겔이 철학 강의를 했고 칼 마르크스가 공부했다. 훔볼트 대학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술의 보고 ‘박물관 섬’에 이른다. 양쪽에 운하가 흐르는 섬에 총 5개의 박물관 즉 구박물관, 신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구국립회화관 그리고 보데박물관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페르가몬 박물관이 단연 압권이다. 

1910년부터 1930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완공된 박물관으로 다시 2025년까지 보수작업을 한다니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도 압도적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그리스, 이집트, 터키에서 가져온 엄청난 크기의 유물이 실물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 브란덴 부르크 문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2001~2014년 베를린 시장을 지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내건 베를린 시의 슬로건이다. 이 놀라운 제안은 베를린을 가장 ‘힙’하고 ‘핫’한 도시로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물관 섬 근처의 고풍스러운 지역을 떠나서 좀 더 구 동베를린의 미테(중심)구 지역으로 가면 매일 진화하는 베를린의 현재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어딜 가도 매력 있고 어딜 가도 다르다. 이곳은 수백 개의 갤러리와 크고 작은 박물관이 밀집한 곳으로 온갖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 해방구이자 창작공간이다. 이에 따른 베를린의 경제적 성장은 가히 놀랍다. 베를린에는 현재 600여개의 갤러리와 130여개의 박물관이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갤러리 중 하나로 잠룽 보로스를 들 수 있다. 박물관 모습부터 전시 작품까지 워낙 특이하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서 늘 줄을 기다려야 한다. 요셉 보이스를 비롯해 볼프강 필만, 올라퍼 엘리아슨 등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잠룽 보로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4000여 명을 수용하는 방공호였던 곳을 사업가 보로스 부부가 갤러리로 만든 것으로 베를린의 현대사를 아우르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베를린의 이런 변화에는 시의 적극적인 투자가 큰 힘이 되었다. 능력은 있으나 조건이 열악한 예술가들을 위해서 장벽 부근에 있던 22개 지역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면서, 집세가 저렴한 동베를린 지역은 도시 재생과 예술가의 공간이 되었다. 보베라이트 시장이 말하는 “베를린은 인간적인 도시, 서로 공존하는 도시”보다 더 섹시한 도시가 있겠는가. 도시의 부활과 재생은 단순한 건물의 재건이 아니라 자유와 관용과 공존하는 삶이라는 것을 베를린은 예술의 언어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갤러리 위크엔드,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옛 함부르크 철도역을 개조한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 화가 케테 콜비츠 박물관, 작가 베를톨드 브레히트 앙상블 등등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못한 많은 장소와 이름들이 너무나 많다. 베를린은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도 예술의 몸짓으로 변화 중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지만 여전히 섹시’하다.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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