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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가해자 심리 파악하면 ‘사건의 전모’ 드러나죠”

by 광주일보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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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2004년 ‘모녀 살인범’ 만나며 범죄심리학에 평생 바치기로
‘공군 여군 사망’ 등 피해자 인권 보호·지원 제도 개선돼야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15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범죄심리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앙심’ 이라는 단어 하나가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했습니다. 심리 측정을 전공했던 제가 범죄심리학자가 된 건 20여년 전 모녀 살인범을 만난 게 계기가 됐습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모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심리학계에 범죄심리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인 범죄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요원)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가 광주를 찾았다.

지난 15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진행된 ‘광주일보 제9기 리더스아카데미’에 강의자로 나선 이 교수는 ‘법심리학(Forensic Psychology)’을 주제로 다양한 범죄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 범죄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심리를 파악하는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동시에 TV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을 전공했던 그가 범죄심리학의 길로 접어든 건 2004년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2004년에 처음으로 범죄자를 만났습니다. 마산에서 시신을 훼손한 여성이었어요.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은 뉴스가 등장할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죠.”

26년간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려온 모녀가 사건 당일에도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말리는 과정에서 살인이 일어났고, 딸의 미래를 위해 어머니가 딸과 함께 시신을 은폐하려다가 결국 범행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제가 만난 두 모녀의 모습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오랫동안 학대 피해에 노출이 돼 누가 피해자고 피의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요. 어머니에게서는 장기 우울증 환자의 전형적인 특성들도 보였구요. 경찰이 작성한 조서를 보게 됐는데 거기에 적힌 범행 동기 한 줄이 저를 이 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조서에는 ‘부부간에 불화가 있던 중 앙심을 품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라고 쓰여 있었다. ‘부부간의 불화’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리학자로서 도저히 등을 돌릴 수 없게 만든 어휘가 ‘앙심’이라는 단어였다.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살인한 게 아니라 ‘생존에 대한 공포’ 때문에 방위 목적의 행위였다고 설득할 수 있다면 내가 평생 이 바닥에서 이 주제로 연구를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정학과가 있는 경기대에서 심리측정 전공으로 근무하던 이 교수는 법무부 요청으로 교도소 수형자들의 자료를 분석해서 위험인물을 가려내는 연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 사건 이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배우자를 살해한 여성들을 면담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피해자이기도 한 여성들이 가족을 살해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중 처벌을 받아 형량이 높아진 사례를 보면서 심리학자로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발생한 공군 여군 사망 사건을 사례로 들며 범죄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피해자 지원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의 경우 신체적인 상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신적인 상해”라며 “막연하게 ‘공정한 세상’을 희망했던 사람들이 본인이 피해자가 됐을 때 불의를 겪게 되면 세상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큰 정신적 상해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성추행 정도로 사람이 죽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별 사건이 아닌’ 것으로 취급했을 겁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여군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인격권에 대한 침해거든요. 군 조직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고 사건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현실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짐을 느꼈을 겁니다. 그게 2차 가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른 거구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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