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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건축가 꿈 접고 귀어…전복으로 행복 키웁니다”

by 광주일보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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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어불도 신재광씨 부친 병환으로 20대에 고향으로
10여년동안 매출 5배 키워…7년전 남동생도 귀어
“생산에 머무는 어촌현실 벗어나 가공·판매 역량 키울 것”

해남군 송지면 어불도 앞바다 전복 양식장에서 신재광씨가 자신이 양식하고 있는 전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해남의 작은 섬 어불도(於佛島). 섬의 모양이 부처와 비슷하다고 해서 ‘어불도’라고 이름 지어졌다. 어불도는 해남 땅끝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현재 107가구, 216명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해남군 송지면 어불도 앞바다에서 신재광(40)씨를 만났다. 

신 씨는 작은 배를 직접 운전해 자신이 운영하는 전복 양식장과 전복의 먹이를 키우고 있는 다시마 양식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귀어 스토리를 풀어냈다.

어불도에서 태어난 신 씨는 초등학교를 광주에서 다니게 되면서 섬을 떠났다. 광주에 있는 할머니집에서 지내면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조선대학교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한 그는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2009년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취직준비를 하던 그는 어느 날 고향 어불도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아버지의 병환이었다.

27살의 나이에 고향을 다시 찾은 그는 아버지의 전복 양식 일을 도왔다. 고향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때부터 광주에서 살았던 신 씨는 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었다.

“꿈을 버리고 귀어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어릴 적 살았던 기억뿐이었거든요. 그래도 벌써 귀어한 지 13년이 됐네요. 처음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양식장 면적도 커지고, 매출도 증가해 보람을 느낍니다.”

신 씨가 막 귀어했을 당시 그의 아버지는 김 양식을 하다가 전복 양식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신 씨 역시 전복 양식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먹이 관리를 못 해 전복을 굶길 때도 많았다. 
“전복은 전복종묘를 입식한 후 미역·다시마 등의 먹이를 주고 2∼3년간의 성장 과정을 거쳐야 수확할 수 있어요. 특히 전복양식에서는 먹이 관리가 중요한데, 먹이 종묘인 다시마를 재배해 전복에게 꾸준히 공급해줘야 합니다. 처음엔 잘 몰라서 많이 고생했죠.”

신재광씨 가족. 아내 용현미씨와 딸 수리 양, 아들 준범·준율 군.

 

신 씨는 완도와 해남 등 타지역 전복 양식 어가를 찾아가 수개월씩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배웠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날마다 죽어가는 전복을 셀 수 없었다”며 “쉽지 않았지만 일을 배워와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더라. 그렇게 고생한 시간이 6년이다”고 말했다.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은 신씨는 2015년부터 아버지의 양식장을 직접 경영하면서 본격적인 귀어인의 삶을 시작했다. 그 결과 처음보다 양식장 규모와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처음 200칸(1칸은 2.5m 정사각형 크기)이던 양식장은 매년 투자를 거듭해 지금은 1000칸으로 늘었고, 생산량도 3t에서 25t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출도 처음엔 연 1~2억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5억원에 이른다. 그렇게 전복 양식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신 씨는 아내 용현미(40)씨와 결혼해 딸 하나, 아들 둘을 뒀다. 7년 전부터는 광주에서 일하던 남동생도 이곳에 내려와 일손을 돕고 있다.

그는 해남산 전복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어불도 전복은 면허지에 소규모로 전복을 양식하는 방식으로 재배됩니다. 그래서 전복이 성장하는데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죠. 게다가 해남에는 뻘이 많아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미생물들은 전복이 먹이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어불도 전복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단백질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요. 전복 특유의 감칠맛과 식감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마을 청년들과 공유했다. 신 씨는 “실패를 거듭하던 전복 양식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경험을 나눠줬기 때문이다”며 “나 역시 그 경험을 마을 선후배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먼저 마음을 열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자 자연스럽게 이웃들과의 교류도 늘어났다. 조용하지만 근면성실한 그는 이웃들의 추천을 받아 어불어촌계 총무로 활동하게 됐고, 마을 청년회 일도 도맡아 하게 됐다. 

특히 신 씨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집 앞마당에 20평 남짓의 청년모임 공간을 만들었다. 고단한 일을 마친 청년들은 이곳에 모여 족구 한판 후, 치킨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서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각자의 지식과 비전을 나눈다.

“마을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고 서로 일을 도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이들과 깨끗한 마을, 화합하는 어촌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또 단순 생산에 머무는 어촌의 현실을 벗어나 가공과 판매 역량을 키워 어촌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신 씨는 “일이 없는 날이면 전국의 가공공장과 회사, 양식장 등을 찾아가 공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촌의 청년들이 지혜를 모아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귀어를 준비 중인 예비 귀어인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귀어를 결정하고 나면 그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귀어와 관련된 기술도 필요하고, 마을 주민들과도 잘 지내려면 공동체적 마인드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어촌마을에서 살려면 개인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해요. 또, 궂은일에도 앞장서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성공적인 귀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남은 전복 주산지 중 한 곳이다. 1998년 전복양식이 본격화된 이후 내파성 가두리 양식법이 보급되면서 현재는 전국 3위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해남에서 생산되는 전복 종류로는 드넓고 깨끗한 갯벌의 영양을 섭취한 ‘뻘전복’과 청정한 만호바다에서 생산되는 ‘참전복’ 등이 있다. 맛과 영양성분이 일반 양식 전복보다 풍부해 지난 2014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수산물 지리적 표시 19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생산량은 1645t으로, 595억8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전복을 장에 숙성시킨 전복장도 선보이며 판로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전복은 단단한 둥근 테를 두른 귀 모양의 껍데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5~7월이 제철이라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다. 자양강장과 면역력 강화에 큰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원기회복을 돕는다. 전복은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먹고 산다. 이 때문에 해조류 맛이 느껴지는 내장이 별미로 꼽힌다. 내장이 녹색인 암컷은 육질이 연해 죽, 찜, 조림 등에 적합하다. 내장이 노란색인 수컷은 회나 초무침 등 날 것으로 먹었을 때 좋은 맛을 낸다.

비타민, 글리신, 아르기닌 등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약자와 성장기 어린이에게 특히 좋은 식품이다. 쪄서 말리면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기는데, 이는 타우린 성분으로 콜레스테롤 함량 저하와 시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

전남의 전복 생산량은 2018년 1만9912t으로 전국(2만165t)의 99%를 차지했으며, 2019년 1만8237t, 2020년 1만9726t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해남산 ‘뻘전복’ ‘참전복’

‘수산물 지리적 표시’ 등록…5~7월 제철…아미노산 풍부해 어린이·노약자에 좋아


해남은 전복 주산지 중 한 곳이다. 1998년 전복양식이 본격화된 이후 내파성 가두리 양식법이 보급되면서 현재는 전국 3위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해남에서 생산되는 전복 종류로는 드넓고 깨끗한 갯벌의 영양을 섭취한 ‘뻘전복’과 청정한 만호바다에서 생산되는 ‘참전복’ 등이 있다. 맛과 영양성분이 일반 양식 전복보다 풍부해 지난 2014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수산물 지리적 표시 19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생산량은 1645t으로, 595억8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전복을 장에 숙성시킨 전복장도 선보이며 판로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전복은 단단한 둥근 테를 두른 귀 모양의 껍데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5~7월이 제철이라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다. 자양강장과 면역력 강화에 큰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원기회복을 돕는다. 전복은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먹고 산다. 이 때문에 해조류 맛이 느껴지는 내장이 별미로 꼽힌다. 내장이 녹색인 암컷은 육질이 연해 죽, 찜, 조림 등에 적합하다. 내장이 노란색인 수컷은 회나 초무침 등 날 것으로 먹었을 때 좋은 맛을 낸다.

비타민, 글리신, 아르기닌 등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약자와 성장기 어린이에게 특히 좋은 식품이다. 쪄서 말리면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기는데, 이는 타우린 성분으로 콜레스테롤 함량 저하와 시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

전남의 전복 생산량은 2018년 1만9912t으로 전국(2만165t)의 99%를 차지했으며, 2019년 1만8237t, 2020년 1만9726t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27살에 건축가 꿈 접고 귀어…전복으로 행복 키웁니다"

해남의 작은 섬 어불도(於佛島). 섬의 모양이 부처와 비슷하다고 해서 ‘어불도’라고 이름 지어졌다. 어불도는 해남 땅끝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현재 107가구, 216명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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