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과 휴일, 본의 아니게 ‘방콕’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외출도 외식도 삼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책과 함께 한다. 읽으려고 사두었던 책, 바쁘다는 핑계로 읽다만 책,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두고 단지 독자가 되어 온 세상이 무탈하기 바라며 책장을 넘긴다.
책과 함께 듣는 음악은 덤. 올해가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이어서인지 즐겨 듣는 FM라디오에서 매시간 베토벤의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코로나19가 정지시키지 않았다면 올해는 1년 내내 베토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콘서트가 세계 도처는 물론 우리 주변에서도 이어졌을 것이다.
한동안 시간만 나면 심취해 들었던 베토벤 7번 교향곡을 모처럼 통째로 감상하면서 암울한 시기에 새삼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확실히 예술의 미덕은 고통의 시간을 보다 잘 견디게 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성(樂聖) 베토벤은 살아생전에 여러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린 대상으로도 유명하다. 요제프 칼 슈타이어, 페르디난도 게오르그 발트뮐러, 갈 롤링 등의 화가들은 베토벤의 초상화를 통해 열정 가득한 예술가적 이미지를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독일 출신의 카를 베른하르트 슐뢰서(1832~1914)의 작품 ‘베토벤 작곡’은 단순한 베토벤의 초상화를 넘어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에 활동했던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고뇌에 찬 창작의 순간을 포착해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다. 헝클어진 머리와 강렬한 눈빛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강인한 ‘한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베토벤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의 시민혁명 등 혁명의 시기에 활동했던 예술가답게 전통을 파괴한 새롭고 자유로우면서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는 음악을 시도하는 등 그 자신 자체가 혁명가이기도 해서 이 그림은 때로 ‘시대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