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설 명절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1가구 1명 검사받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60만건 이상의 검사를 진행해야 할 일선 보건소 등에선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광주시 민관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감염병 전문가들도 “광주 실정에 맞지 않은 방역행정”이라며 “시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불가피한 이번 결정을 하면서 위원회의 자문조차 거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앞으로 한달동안 ‘1가구당 1명 진단 검사’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광주시청 광장과 광주 5개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아파트 단지 등에 홍보물을 부착하고 검사를 독려하겠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민족 대명절에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검사를 받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하루 검사 숫자에 한계가 있어 전체 검사는 어렵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받아달라. 특히 외부 모임 잦은 분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2020년 12월 기준 광주시 인구는 145만여명, 가구수는 모두 63만3582세대(세대당 평균 인구 2.29명)로, 가구당 1명씩 검사를 받을 경우 모두 63만건 이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광주시의 지난 1년간 누적 검사 건수(46만9237건)보다 20만건 가까이 많은 숫자다. 이를 검사하기 위해선 진단키트 값만 최소 20억원(묶음 검사 기준)에서 최대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이 같은 광주시의 ‘1가구 1명 검사받기’ 캠페인 소식을 인터넷 뉴스 등으로 접한 일선 보건소와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 민관 공동대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 감염병 전문가는 “1가구 1명 진단 검사를 한다는 내용을 언론기사를 통해 봤는데, 수도권과 달리 광주는 이와 같은 검사를 시행할 정도로 무증상 감염자가 많지 않다. 무슨 근거로 터무니 없는 검사를 시행하게 됐는지 궁금하다”며 “이러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최소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광주시의 불통 행정을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방역현장과 상의도 없이 갑자기 무더기 검사 시행을 발표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단순히 검사키트 구입비만 해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보건소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광주의 한 보건소장은 “광주시가 하라고 하면 할 수 밖에 없는 게 보건소 입장이지만, 지난 1년간 코로나19 검사와 방역에다 기존 보건소 업무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도 업무가 줄지 않고 있다”며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행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에서도 인터넷 뉴스를 보고 1가구 1명 진단검사 사실을 알았다.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다면 업무 과중을 떠나 더 큰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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