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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김자이 작가 “자연 담은 휴식 공간에서 위로 전합니다”

by 광주일보 202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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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새로운 출발 <4>
‘휴식’테마로 작품 활동…책·다큐 계획
관람객과 휴식방법 공유 ‘씨앗 키트’ 선물

 

해동문화예술촌에서는 휴식을 테마로 작업하는 김자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8년,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연 산수미술관을 찾았을 때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어두운 공간엔 나지막한 새 소리가 들리고 사방 벽면으로는 푸른 숲의 영상이 펼쳐졌다. 수면양말을 제작하는 부드러운 실을 떠 천정에 나무 줄기처럼 매달아 놓은 구조물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전시장에 놓인 캠핑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으니 어느 순간 “내가 숲에 들어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전시로 처음 만난 김자이(39) 작가는 ‘휴식’을 테마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당신의 휴식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의 휴식 방법인 ‘식물키우기 씨앗 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로나 19를 맞은 우리는 자연에 더 위로 받고 휴식을 갈망하고 있고, 그의 작업도 진화 중이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입주자였던 김 작가는 결과 발표전을 갤러리가 아닌, 레지던시가 자리한 중외공원 낮은 동산에서 열었다. 지금까지 인공적인 휴식 공간을 만들어왔다면 ‘진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제안한 셈이다.

“레지던시를 하며 공원 산책을 많이 했죠. 화이트 큐브안에서의 인공적 휴식보다는 자연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새삼 하면서 공원 동산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보자 싶었어요. 딱 혼자 들어가 쉴 수 있는,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설치하고 하늘과 숲을 볼 수 있는 틈을 만들었죠. 식물을 배치하고 휴식 방법을 기록하는 메모지도 준비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식에 익숙하지 못한 듯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

예약을 받은 한 사람이 쉴 수 있는 시간은 45분. 편안한 의자에 누워 참여자들은 새소리를 들으며 자신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휴식’ 관련 리서치 등을 통해 나무나 숲 등 인공적인 사진이나 그림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주 머물렀던 지역의 푸른 공간을 찍은 사진을 선물로 전달하는 ‘씨앗키트’에 붙여 두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뮌헨, 제주, 그리고 중외공원 사진이다.

조선대를 거쳐 영국 런던 킹스턴 대학에서 공부한 김 작가가 ‘휴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영국에서 논문을 쓰던 2012년 갑상선암으로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부터다.

“제가 아침형 인간인데 당시 무기력증이 심하게 와서 이상하다 싶었죠. 영국 지도 교수님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너의 몸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쉬면서 무의식적으로 집에 있는 사물들을 다시 돌아보고, 또 제가 하는 말을 녹음해서 단어의 통계도 내보는 등 자연스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과거의 나를 찾는 시간들이 이어졌어요. 그러다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오면 안되겠다. 싶었고 쉼과 휴식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죠.”

우선 휴식과 관련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동적인 휴식(여행·뜨개질·요리), 정적인 휴식(명상)에 대해 알게 됐고 뜨개질을 하다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이나 나무 사진을 붙여 놓은 공간 등 인공적으로 자연을 접하는 것도 휴식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사람들에게 정적인 휴식을 제공하는 인위적인 숲을 작품으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게됐죠. 전시장에 식물을 배치한 건 항상 키우고 있었던 것이여서였구요. 뜨개질 작품은 자연스레 연결되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의 부드러운 녹색실을 떠 나무 줄기를 만들어 전시장에 매달았고, 사람들은 보드라운 촉감의 줄기를 만지며 편안함을 느꼈다. 지난 2018년 독일 뮌헨 레지던시에서도 ‘휴식’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식물키우기 씨앗 키트

“독일과 한국에서 전시를 하며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씨앗을 나눠 준 후 키운 식물 사진을 보내주시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잘 키운 사진만 보내는데 독일 사람들은 죽은 식물 사진도 보내시더라구요. 식물은 잘 키울 수도, 못 키울 수도 있고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이런 게 삶이라는 코멘트와 함께요.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김 작가는 처음으로 오월미술제에 참여해 의미있는 작업을 진행했고, 월산동 재개발 지역을 거점으로 진행된 ‘월산동 브루스’ 전에도 함께했다.

연말 연시에는 3곳의 전시장에서 조금씩 다른 ‘휴식’ 관련 작품을 선보였다. 19일 막을 내린 광주신세계갤러리의 ‘또 다른 광주’와 현재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2월 2일까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열리고 있는 ‘존재와 무 사이:코로나 시대의 인간·자연이 관계맺음’(3월28일까지)전이다.

김 작가는 ‘휴식’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가되 기존 작업과는 다른 형태의 작업을 구상중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작업들을 아카이빙하고, 관람객들에게서 받은 ‘휴식’ 관련 설문지를 통계화해 책으로 엮어볼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관람객들이 소개한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체험해보고 이런 과정을 다큐로 촬영해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조선대 미술학과 박사 과정 논문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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