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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 “선조들 역사 고비마다 음식의 지혜로 헤쳐 나왔죠”

by 광주일보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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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연 - ‘추억의 맛, 한국의 맛’]
호남 쇠고기, 따뜻한 곳에 자라 육질 떨어지자 육회 만들어 시장 선점
땔감 풍부한 한국 수육·국밥·설렁탕 발달…산업 시대 가공식품 성장

 

“우리 음식에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반대로 음식으로부터 삶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지요. 한국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지금, 우리의 삶이 담긴 추억의 음식도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가 지난 17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프라자 광주호텔에서 제8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원우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한국 곳곳에 숨은 ‘노포’(오래된 점포)를 찾아 추억을 기록해 온 그는 이날도 ‘추억의 맛, 한국의 맛’을 주제로 강연을 풀어나갔다. 그는 50년대 이후 우리 음식 문화를 되짚고, 음식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돌아봤다.

박 셰프는 호남 지역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호남 음식으로 전국에서 인기를 끈 ‘육사시미’가 첫 주자였다. 박 셰프는 “예전에 따뜻한 호남 지방에서 자란 소는 고기 질이 좋지 않아 인기가 없었는데, 육사시미의 인기로 호남이 쇠고기 시장을 꽉 잡게 됐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이어 광주에서 40여년 동안 운영해 온 한식당을 들렀던 경험을 들려줬다.

“20대부터 이 일을 해 왔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스스로를 ‘찬모’라고 소개했어요. 우리 나라에 이런 분들이 많지요. 하얀 조리복을 입고 TV에 나오는 사람만 ‘셰프’가 아닙니다. 한 음식을 수십년 동안 해 오신 분들 모두가 ‘셰프’죠.”

한국의 수저 문화도 짚었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중 유일하게 숟가락을 주 식기로, 젓가락을 부(副) 식기로 활용하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또 한때 여자는 젓가락을 쓰지 못하고, 숟가락도 불편한 자세로 써야 했던 것 등 가부장적 문화가 묻어 있었던 점도 짚었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중에서 유일하게 금속 젓가락을 쓰는 나라이기도 해요. 추측이지만, 놋쇠 젓가락을 쓰던 양반들을 따라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요. 쇠젓가락에는 ‘우리도 고귀한 존재’라는 자각이 깃들어 있는 것이죠.”

박 셰프는 우리나라만의 삶의 방식과 문화, 환경 등으로부터 독특한 식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고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예시였다.

땔감이 풍부한 우리나라는 수육이나 국밥, 설렁탕을 끓여 먹은 반면, 나무가 부족했던 중국은 잘게 썰어 센 불로 빠르게 볶아 연료 소모를 최소화했다.

박 셰프는 일제강점기 일본 ‘아지노모도’(일본식 조미료)의 유입, 6·25 전후 미군의 밀가루 배급 등으로도 식문화가 변했다고 짚었다. 또 식재료 공급처가 텃밭에서 공장으로 옮겨가고, 중국 배추 종자가 우리나라 배추 종자를 밀어내 옛 맛과 큰 차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산업시대에 들어서면서 만드는 법까지 달라진 경우도 있어요. 가령 전통 불고기 ‘너비아니’는 원래 값비싼 궁중 요리였지만, 냉동 고기를 얇게 저밀 수 있는 전동 기계가 개발되자 값싼 앞다리 부위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지요. 귀한 동치미도 엑기스가 개발돼 사카린, 사이다, 식초, 설탕을 넣어 간단히 만들게 됐습니다.”

박 셰프는 “음식 역사를 돌아보면, 격동하는 세계사에서 치이고 밟히면서도 삶을 이어갔던 우리 역사가 보인다”며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옛 조상들처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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